난 그냥 소소하게 웃고 지나가는 뻘글로 썼는데
왜 반응이 좋은지 모르겠네.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것 같아.
제일 먼저 새우젓.
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천안사람임.
천안 병천 순댓국밥이 소울 푸드라고.
병천 순대거리에서 순댓국밥을 자셔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느 정도 간이 되어서 나옴.
특히 난 '충남집' 러버인데 거긴 기본 간이 쎄.
국밥이 나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펄펄 끓는 뚝배기에서 순대를 건져내는 일이야.
뚝배기 채 있는 순대 그냥 먹었다간
입에 스프링클러 없는 이상 대부분 입에 화상입으니까.
대부분 새우젓은 그 새우젓 통에 들어있는
작은 스푼으로 국밥에 한,두 수저씩 넣는데
간을 맞춘다기 보단 감칠맛을 내는 용도고
작은 종지 그릇에 덜어서
먼저 덜어낸 순대에 새우젓을 얹혀서 먹어.
쉽게 말해 순대에 찍어먹는 소스가
천안에서는 새우젓이야,
（이게 지역마다 다르다고 하더라고.）
간은 당연히 옆에 있는 소금으로 맞추고,
들깨가루하고 후추를 넣은 다음
졸（충청도에선 부추를 '졸'이라고 함.） 넣고
매운 맛 조금 내려고 다대기 넣는 수순임.
다대기 역시 간 맞추는 용도보단
맵기 조절용으로 쓰이고.
근데, 댓글들을 보아하니까
경상도에서는 새우젓 자체로 간을 맞추는 것 같아.
그래서 소금통에 소금이 없었지 않았나 싶어.
당연히 그 식당에도 새우젓이 있었고
천안 아재들은 자연스럽게 새우젓을 한, 두 수저 정도만 넣은거야.
식당 자채는 맛있었어.
계속 그 식당만 갔으니까.
요 새우젓 때문에 그렇다고 주작이니 뭐니 그러던데
이렇게 쓰는 것도 해명 하려고 하는거 아니니께
그렇게 생각하려면 생각덜혀.
그리고 또 하나,
이 목수분들 원래 유머가 많으신 분들이야.
나도 일하다 뻘하게 터지는 경우가 많아.
그... 뭐랄까... 60년, 65년 동안 묵혀둔
짬에서 나오는 충청 바이브가
그냥 유전적으로 박혀있는 분들인데,
초장부터 경상도 식당 아지매가 빵빵 터지고 좋아하시니
그냥 봇물 터지듯이 그 바이브가 폭발들 하심.
특히 아재 b（오야）.
여튼, 서론이 길었고, 다음 날 에피소드 들어가겠음.
（퍼가려면 이런 것도 퍼가라 좀.... 앞뒤 다 짜르지 말고.）
1. 기업체 내에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 관리가 꽤 빡샘.
안전 관리자도 수시로 돌아다니고.
그런데 이 아재들은 인테리어 목수로
기업체 말고 외부 공사를 많이 하다보니
안전모가 익숙치가 않으심.
（물론 쓰는게 맞아.）
점심시간이 되서 안전모를 벗고 식당으로 가려고 하는데
회사 사무실을 가로 질러감.
아재 a（머리없음） : 거참.. 대가리 뚜껑이 무쟈게 불편하구만~
아재 b : 가발이라 생각혀!
아재 a : 아이고오! 성님! 가발도 애지간히 불편해유!
아재 c : 그러고보니 닌 하이몬지 이덕환지 왜 안허고 댕기냐?
아재 a : 몇 주에 한 번씩 머리 미는기 을매나 귀찮은디유!
아재 b : 겨?? 야, 근디 너 하이바 다시 한 번 썼다 벗어봐라.
아재 a : 잉? 왜유? （썼다 벗음）
아재 b : 손주놈 레곤지 뭐시기랑 똑같다야.
갸도 막 머리 벗겨지고 그랴~!
나는 물마시다 뿜고 사무실에선 '푸학!'소리 나옴.
2. 손으로 쓰는 톱날은 소모품임.
목수들은 대부분 타지마 제품의 톱날을 쓰는데
이빨은 잘 안 부러지는 대신 날이 잘 무뎌짐.
아재 b : 나 이거 잡고 있는디, 톱 좀 줘봐.
아재 c : 옆에 제꺼 있슈. 근디 날 바꾼지 꽤 됐는디...
아재 b : 에이 시벌.
아재 c : 톱이 잘 안들쥬?
아재 b : 너 이거 망치로 써라. 망치도 이것보단 잘 쓸리겄다.
3. 공장 내 사무실이다보니
소방관련해서는 업체측이 굉장히 예민함.
관리자 : 스장님! 요요, 화재 감지기랑, 스프링클러만 좀 조심해 주이소!
이거 건드리면 드럽게 골치 아파집니데이!
아재 b : 야~~~
관리자 :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짐）???
나 : （눈치챔）충청도에선 '네'가 사투리로 '야'입니다.
관리자 : 그래요?!?!
4. 공사를 하면 이것저것 불편한 사항들 물어봄.
우리 공사 구역은 아니지만 한 번 봐달라고 해서
아재 b 랑 같이 감.
여자 사원 : 요기, 요래 문짝이 이래가지꼬, 문도 잘 안 닫힙니다.
나 : 아... 이거 방화문 손잡이가...
아재 b : 멀쩡한 문짝한테 왜 뭐라고 한디유? 문짝 삐지게...
여자 사원 : 예?
아재 b : 보니께 손하고 악수하는 디가 다 빠갈났구만.
나 : 손잡이가 고장났습니다.
여자 사원 : 아...예....
아재 b : 야가 그 대선 소준갑다. 하도 악수를 해싸서 고장났어.
나 : 너무 자주 사용했네요. 내일 사서 교체해 드릴게요.
5. 저녁으로 그 식당에 감.
나 : 오늘은 삼겹살 드시죠. 힘들었는데.
아재 c : 그랴~ 먼지도 많이 쳐먹어서 삽겹살 먹어야겄다.
아재 a : 형님 오늘은 그냥 이슬이로 드시쥬?
아재 c : 그려. 대선인지 좋은디인진 내 입맛엔 안 맞여.
아재 b : 빨간 딱지로 먹을겨?
아재 a : 좋쥬!
나 : 사장님, 여기 삼겹살 4개하고 참이슬 빨간거 하나, 맥주 두 개요.
사장님 : 빨간 뚜껑은 없는데예?
아재 b : 이이? 갱상도가 빨간게 없으면 어뜩한댜?
사장님 : 그기 또 무슨 말이고!
나 : （대충 정치적인 얘기）
사장님 : 전원주 웃음.
6. 숙소.
나 : 어제 온돌방 두 개 짐 놓고 나온 팀입니다.
사장님 : 아 예! 00만원 이고예, 그 온도는 좀 낮췄심더.
어제는 환기를 좀 해가찌고 추울까봐 온도를 좀 높게 했습니다.
나 : 감사합니다.
아재 b : 어젠 사장님이 탄 부분 떼고 드실 뻔했슈.
나 : 신경 쓰지 마세요.
분명 식당 사장님은 처음 본 사이인데
왜 몇 십년 단골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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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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