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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의견 듣고 싶어 대자에 글 씁니다..

살면서 자식이 부모같지 않은 부모라고 절연하는 건 봤지만..
부모한테 자식이 절연 통보를 받으니 막막합니다.

저희는 좀 가난해도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헌신해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나름 서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틈틈이 연락도 드리고 안부도 묻고 필요하신 건 항상 챙겨드리고...
결혼하고 손주 보시며 더더욱 행복해하시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도 나름 많은 노력을 해보고자 혼자 아기를 데리고 시댁에 찾아가거나 가끔 전화 드리고 영상통화하며 손주 재롱도 보여주고, 어머니 환갑 때는 레터링 케익과 선물도 준비하고 틈틈이 어버이날 선물, 생일 선물 챙기고, 시부모님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며느리를 조금은 탐탁지 않아하셨어요.
사실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 글처럼 아내 나름 노력을 해왔거든요.
굳이 꼽자면.. 시댁에 내려가서 육아에 심신이 지친 아내가 여유가 되면 안방에 들어가 쉬거나 잘 시간 즈음에는 안방에서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거나 하긴 했죠.
눈치가 보이긴했어도 별 말씀도 없으셨고, 편히 있으라고도 하셨고, 저도 사실 굳이 그런걸로 뭐라고 하고싶지도 않았어요.
집에 돌아오면 저는 일을 하니 아내는 육아에 매진하느라 매번 힘들었으니깐요.
그리고 시댁이 그만큼 편해진 것 같기도 해서 둔 것도 있죠.

그런데 저희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어떤 며느리를 상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본가에 같이 내려갔을 때 새벽에 아기가 깨서 제가 아기를 달래며 안고 재우는데 그걸 보시더나 한 번은 우시면서 하소연을 하셨어요.
물려준게 없어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해주지도 못하고, 일하는 네가 애보는게 안쓰럽다는 식으로요.
안보는게 속이 편할 것 같다. 네가 힘들게 그러는 걸 눈으로 보니 괴롭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조곤조곤 말씀드렸어요.
나는 받고싶은 것도 없고, 돈이 아니라 내 생활력과 경제관념을 물려주셔서 남들보다 더 잘 모으며 살고 있다.
남들 1억 물려주는 것보다 내가 훨씬 잘 모으고 잘 쓰고 행복하게 지내는데 물려준게 없다고 하지 말라.
그리고 아기를 안고 이렇게 있을 날이 인생에 길지 않다.
아기는 언젠가 커서 아빠한테 안기려 하지도 않고, 자기 세상으로 떠날텐데 내가 아쉬워서 이렇게 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며느리도 뭐라고 하면 다 들어줄텐데 속에 담아두지 말고 정 못하겠으면 나한테라도 해라. 도대체 뭐가 아쉽고 말못할거냐. 말씀드렸죠. 그러고 더 말씀은 없으셨어요.

그리고 이번 연휴에도 아내가 굳이 내려가자고 해서 쉬지도 못하고 3일을 본가에 있다 올라왔습니다.
아내도 좀 더 의식하려고 계속 거실에 나와있고 말동무 해드리고 설거지하고 요리도 하고.. 그리고 부모님도 좋아하셨고..
그렇게 잘 지나간 줄 알았고, 아내도 좀 뿌듯해했어요.

그런데 올라온 다음날 새벽에 어머니가 돌연 연을 끊자고 카톡이 왔어요.
더이상 보지 말자, 혼자 고독하게 버텨보겠다, 다음 생엔 부자 아들로 태어나라..

전 도대체가 이해가 안가서 아침에 돼서 전화를 드렸지만 받질 않습니다.
아버지한테는 카톡을 또 드렸는데 아버지도 의견 자체는 동일하신가봐요.
연을 끊을 생각은 없지만, 며느리가 괘씸하고 부부싸움될까봐 참았다시는데... 도대체 뭘 얼마나 괘씸해야 며느리도 아니고 저랑 연을 끊어야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며느리가 집안을 말아먹은 것도 아니고, 쌍욕하거나 돈을 뜯어가거나한 것도 아니고, 아내는 혼나면 혼나는 대로 좀 더 노력해서 시부모님한테 맞춰보겠다고 말해주는데,
우리 부모님은 무엇이 문제인지 말씀도 안하시고 결국 마음의 문을 닫으셨습니다.
카톡도 장문으로 남겨보고 전화도 수 백통 해봤지만 메아리조차 없는 상황이에요.

저는 너무 황당합니다. 저는 정말 행복한 가정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주변에 자랑할 정도라고 생각했거든요.

얼마나 완벽하겠습니까. 실수할 수 있고 사람 대 사람이고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르니 마음에 안들 수도 있죠.
제가 아내 편을 들며 윽박지르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나름 중재하고자 상호의 편을 들며 이야기의 장을 열어보려고 많은 노력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별 말씀들이 없으시니 문제 없나보다 아내를 이쁘게 봐주시나보다 생각했죠.

근데 아무리 괘씸하고 마음에 안든다고 하더라도 며느리도 아니고 저랑 연을 끊어야할 하등의 이유도 납득되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연을 끊자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의절하는 글들 보면 부모가 폭행이 심했거나, 통제가 심했거나, 사업자금을 날려먹거나, 마약 도박에 중독됐거나, 어떤 트라우마가 생겼거나 그런 명확한 이유가 있는데, 이건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되니 더 답답합니다.

부모님댁과 저희 집은 ktx로도 3시간 거리입니다.
애초에 그럼 이번 연휴에 오질 말라시던지 했을텐데 이번 연휴 이후에 그러셨으면 뭔가 트리거가 있었을 듯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어마어마한 트리거도 없었고, 저희 올라갈 때까지 밥 못챙겨먹었다고 햄버거 포장해오셔서 먹이고 보내셨는데..

하루종일 멘탈이 나가있는데, 저는 연을 끊을 생각이 전혀없습니다. 아직도 저는 사랑하는 부모님입니다.

다만, 대못이 너무 크게 박혀서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는 제 스스로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연락을 안받으시는 부모님에게 지쳐 저도 연락을 드릴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벌써부터 너무 심란하고 용기가 없습니다. 받지도 않을거고, 얼굴뵌다해도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요.

아내도 서운해하는데 그래도 부모님께 잘못한게 있다면 죄송하다고 카톡도 보내놓고 나름 많은 노력을 해주고 있습니다.


진짜 이해가 가질 않고, 너무 답답해서 그냥 대숲마냥 의견 들어보고자 글을 씁니다....
왜 제가 이런 벌을 받으며, 이런 상황에 놓여야하는지 도대체가 이해가지 않습니다.

단 하나, 부모님이 조금 금전적으로 아내집에 좀 더 잘살아서 자격지심이 좀 있는 느낌은 강했는데, 그 때마다 저는 진짜 필요없다. 나는 이미 물려받을 수 있는걸 다 받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받았다. 대학시절까지 빚없게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신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찾아뵙기도 쉽지 않은 거리고, 저도 생업이 있고, 일정이 있고, 가정이 있고, 육아도 있습니다.
그리고 찾아뵀을 때 그 마저 내치신다면 정말 끝일 듯하여 무섭기도 하고 이 상태에서는 찾아가서 해결될 부분이 아니라서 적어도 전화정도 주셔야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그냥 정말 이렇게 절연해야할까요?

저는 연은 안 끊겠지만 연락은 받기싫다는 아버지도 밉고.. 이해도 안갑니다... 제 우상이시고 언제나 슈퍼맨이셨던 아버지라, 이번에도 내려가서 같이 목욕이나 하쟀는데, 귀찮다고 안가시길래 장난으로 넘기긴했지만 아버지와 나이들 때 뭐라도 하나 더 하고 싶었거든요..

너무 힘드네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