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헤는 밤에.poet [3] |
2022-04-04 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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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없는코끼리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랑이 사이의 털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겨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털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털 하나에 추억과
털 하나에 사랑과
털 하나에 쓸쓸함과
털 하나에 동경과
털 하나에 시와
털 하나에 친구네 어머니, 친구네 어머니,
어머님, 나는 털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세계 소녀들의 이름과, 반마다 있던 음침하지만 빨통이 컸던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옆집 아주머니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수인, 캬루, '유부녀겨드랑이털국수', '퍼리사타구니킁카'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 남편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털가닥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아들될자를 싸 보고
액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딸밤을 새워 우는 로리는
부끄러운 갓 자란 털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얼굴이 묻힌 둔덕 위에도
자랑처럼 털이 무성할 거외다.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랑이 사이의 털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겨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털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털 하나에 추억과
털 하나에 사랑과
털 하나에 쓸쓸함과
털 하나에 동경과
털 하나에 시와
털 하나에 친구네 어머니, 친구네 어머니,
어머님, 나는 털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세계 소녀들의 이름과, 반마다 있던 음침하지만 빨통이 컸던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옆집 아주머니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수인, 캬루, '유부녀겨드랑이털국수', '퍼리사타구니킁카'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 남편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털가닥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아들될자를 싸 보고
액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딸밤을 새워 우는 로리는
부끄러운 갓 자란 털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얼굴이 묻힌 둔덕 위에도
자랑처럼 털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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