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춘기인 큰딸이 8살때의 이야기이다
나는 결혼전부터 기르던 강아지가 있었다 종은 말티즈 였는데 이름은 '흥이'였다
흥이는 내가 어느 애견샾앞을 지날때 나와 눈이 마주치고 어?이놈봐라? 하는 느낌이 확 들면서 충동적으로
입양한 녀석이었다
그렇게 강아지를 기르다 결혼을 했고 첫 딸이 태어났다
흥이와 큰애는 유대감이 남달랐다 태어날때부터 있었던 존재이고 3살 4살 5살 그 유년기를 함께보낸 말그대로
친구같은 존재가 흥이였다
엄마한테 혼나서 훌쩍거리고 있으면 흥이는 와서 큰애의 옆에 앉아 큰애의 종아리에 자신의 턱을 올려놓고
큰애를 올려다보곤했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제일먼저 흥이를 찾았다 그리고는 손수 그 고사리 손으로 간식을 먹이곤했다
흥이도 큰애가 돌아오면 너무나 크게 반겨주곤했었다
꼬리를 엄청나게 흔들며 몸까지 빙빙 돌려가며 자신을 알아달라고 보챘다
그러면 작은 아기는 작은 강아지를 힘겹게 안아들고는 뽀뽀를 마구마구 하던 그런때가 있었다
흥이는 딸아이가 8살때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나도....베스트 프렌드를 그날 잃었지만 딸아이는 형제를 잃은거나 마찬가지였다
태어날때부터 자신이 뭔가를 인식할때에도 슬플때에도 놀러갈때에도 어디에도 흥이는 있었기에
그 슬픔이 컸다....
흥이가 죽던날은 토요일 2시쯤이었다 흥이는 딸아이 방에 누워있었고 딸아이는 책상에 있었다
흥이가 움직임이 없이 누워 숨만 흑...흑...내쉬는걸 보는 딸아이는 흥아! 흥아! 야!!! 이러면서
"엄마!!! 아빠!! 흥이이상해!!!"
가보니 흥이는 마지막숨을 몰아 내쉬고있었다 그 숨이 점점 작아지고 ㅎ...ㅎ...로 바뀌어가면서 흣...케헹! 하고서 넘어갔을때
딸아이는 형제같은 강아지의 죽음을 마주할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흥이는 이제 무지개별로 갔어...그러니까 우리 흥이 잘 보내주자"
아이는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니야 안 죽었어! 로 시작한 딸아이는 평소 흥이가 좋아했던 간식을 가져와 코에 대본다...
아무 반응이 없다
흔들어본다
아무 반응이없다
8살 아이가 죽음을 목격하고 받아들인다 자신이 어떻게 해볼수도 없는 그 자연적인 이치를 직접 체감한다
그리고는 이내 울음을 터트린다
（울음중간중간）아빠..이제 흥이 어떻게해?
아빠가 잘 보내줄게
그럼 이제 흥이 못봐?
응..못봐...흥이는 무지개별로 간거야
8살 딸아이가 흥이를 안아든다 그리고는 평소처럼..발바닥을 조심스럽게 들어 뽀뽀한다 혀가 나와있는 흥이의 볼에 뽀뽀한다
안아든 흥이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이내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누나가 미안해.."
흥이가 돌아간지 몇년이 지난 지금 딸아이의 핸드폰엔 아직 흥이의 사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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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of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