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라.. 아니, 그레이."

"신분"

"모험가"

"종족"

"보면 모르슈? 인간!"]

"보기엔 호빗 같은데?"

"으아아악! 빨리 다음 질문이나 해!"

그 남자는 키가 콤플랙스 인가 보다...

"나이"

"2천.. 아니, 20 세"

"그딴 소리 하니까 종족을 묻는거야. 통과!"


한 도시의 성곽에서 벌어진 풍경이었다.

방금 신원조사를 받고 통행증을 받아 성문을 통과한 청년의 모습은 일품이었다.

발부터 시작하자면 신발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가죽 부츠. （빨간색）

하의는 보통 입는 바지에, 위에는 하드 레더. （바지가 무지하게 짙은 녹색. 신발과 심하게 안 어울렸다.）

이 하드 레더는 원래는 짙은 녹색이지만 신발과 똑같이 먼지를 뒤집어 써 있었.. 긴 했는데, 이건 누렇다..

거기에, 머리는 모자를 쓰고 있어 좀 낫긴 했으나, 모자를 벗겨 보면 머리카락이 일심 동체 한 마음 한 뜻으
로 모여 있으며 새삼 몸의 단결력을 온몸（?）아니, 온 머리카락으로 보여주고 있는 남자임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전형적인 모험가였다.

흔히들 "모험가"하면 멋지고 굉장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전혀 틀렸다.

언제나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야 하며, 혹시라도 대형 몬스터 （오거, 트롤 등）라도 만나면 어지간
히 솜시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쓰고서는 그대로 바깥에서 자야 한다.

결론적으로, 무지하게 더러운 모습이라는 소리다.

（만약 빗따위를 가지고 다니면서 깔끔한 모험가가 있다면, 귀족이 취미삼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
심을 가져 봐야 한다）

하여튼 그 더러운 청년은, 몸의 먼지를 대충 털고 나서 주점 겸 식당 겸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 주문 좀 받으십쇼"

상당히 "싸가지" 없는 말투가 아닐 수 없으나, 주인은 "돈을 위해서라면!" 이라는 마음으로 실실 웃으며 그
에게 다가갔다.

흔히 있는 식사 주문 장면이 연출되고, 그 앞에 상당히 많은 음식이 쌓어（그렇다, 놓여가 아니라 쌓여다） 졌
다.

"우걱우걱 와구와구 쩝쩝 냠냠 범버꾸（?） 꿀꺽 쨍그랑~（?!?）"

상당히 다채로운 음향 효과가 울려퍼진 후, 사내의입에서 트림이 새어 나왔다.

"거억~"

그리고, 예정되어 있던 순서대로 주인이 다가왔다.

"5실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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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화폐 단위!

1스틸=1원
100스틸=1브론즈
100브론즈=1실버=1만 원
100실버=1골드=백만 원
100골드=1다이아몬드=1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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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 청년이 말했다.

"저기요, 그 돈 대신에 제가 좋은 정보를 드리지요, 어때요?"

식당 （겸 술집 겸 여관） 주인의 눈이 번쩍 했다.

이 남자와 같이 떠돌아 다니는 모험가들은 많은 정보를 알고 있기 마련이다.

소문이라든가, 알아두면 좋은 지식에서부터 나라와 나라 간의 전쟁이 어떻게 됬는가, 지금 최고의 검사는
누구인가, 등등.

하지만, 역시 이럴 때 "좋은 정보"라고 불리고 밥값을 대신 할 정도면 돈이 될 정보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
겠는가!!

...하지만 그 청년만은 그게 아닌지, 갑자기 이상한 말을 꺼냈다.

"라크 신을 아십니까?"

"....?!?"

"올해 바로 성년식을 받으신 신이죠. 아아, 이름도 멋지시잖습니까, 라크 신!"

글쎄, 내 기억으로는 그 이름을 투덜거리면서 받았던 것 같은데 말이야..

"뿐만 아니죠, 나이에 맞지 않은 무려 2천년의 경험과!"

2천년동안 신계에서만 겪은 간접경험? 누구나 갖고 있는거다. 신이라면.

"넓은 아량까지!"

... 확인된 바 없다.

"어떻습니까? 믿으시지 않겠.. 우와악!"

열심이 입에서 모 이물질을 튀겨 가며 말을 하던 청년은 그대로 여관 주인에게 잡혀 내동댕이 쳐 졌다.

"밥값 안 줘도 되니까 얼른 가! 얘야, 소금이랑 물 가져와라, 소금은 뿌리고, 물은 저런 말을 들은 내 귀를
씻어야 겠다! 오오, 주신이시여, 저런 소리를 받아들여 버린 제 귀를 용서하소서.."

여관 （겸.. 에이, 그만 둘래!）주인은 저 대사를 숨 한번 안쉬고 그대로 다다다다 말한 다음, 정말로 귀를 물
에 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년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젠장, 주신 영감탱이, 왜 저렇게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굳혀 버린 거야? 발전이 없잖아!'

글쎄, 이 놈을 신으로 받드는게 발전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렇다, 여러분도 눈치 채다 시피 이놈의 정체는 라크였던 것이다!

'나중에 내가 곡 주신이 될 꺼야! 쿠어어어!'

....주신이 들었다면 단숨에 꿀밤 5억 3천2백4십8만 2천 3백 7십 9대는 맞을 （묘하게 구체적인 이 숫자는 제
쳐 두고） 생각을 겁없이 내뱉는（?） 라크였다.

그리고, 라크는 "게이트"주문을 외워 신계로 되돌아 갔다.

'으, 더러워. 며칠 돌아다녔다고 이 꼴이 뭐냐? 빨리 본체로 되돌아 간 다음에 새로운 인간 모습으로 폴리모
프해야지..'


라티아 제국력 24년, 어떤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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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쓴건 아는데, 중딩이란걸 감안하고 봐 주시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