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한달 전]

아직 별로 느낌이 없다. 학교는 휴학하고, 그냥 집에서 쉬거나 친구들을 만나 술먹는 단계.

군대 갔다온 친구들이나 선배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긴장감이 쌓이기 시작한다.


[입대 3주 전]

아직도 별로 느낌이 없다. 못해본 일들을 이것저것 해보거나 역시 술마시러 간다. 사실 이맘때쯤엔

선배, 친구들이 술을 잘 사준다... 군바리 죳뱅이 까라는 의미로.


[입대 2주 전]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때, 새 아침이 밝았다는 사실에 덜덜 떤다. 조금씩

마음속에 두려움이 커져간다.


[입대 1주 전]

가슴이 답답하고, 하소연할데가 없어서 막막하다. 오늘 본 개그콘서트를 다음주엔 군대에서 봐야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뭔가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보지만 그딴건 없다. 마지막으로

불꽃을 불사르리라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이것 저것 하고다닌다.


[입대 3일 전]

군대에 관한 자료를 이것저것 찾아본다. 그리고 두려움에 떤다.


[입대 1일 전]

차분히 방청소를 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것' 을 찾아 헤멘다.

하지만 술먹고 헤롱대는것 외에는 답이 없다.


[입대 당일]

짧게 깎은 머리를 모자로 애써 눌러 숨기며 복장 단정히 집을 나선다. 부모님께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

드리지만 눈물이 날 것 같다. 부모님이 같이 가시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튼 결과는 똑같다. 눈물난다...

그래도 그 눈물이 의미하는 바는,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 이 아니라 '일상으로부터의 단절' 에 의한

괴로움 때문이다.



[입대 2일째]

아직 뭔가 실감이 잘 안난다. 그냥 수련회 온 것 같다. 생활관에 있는 친구들한테 말을 걸어보니

전부 집 근처에 사는 친구녀석들이다. 물론 학교는 좀 달랐지만. 중,고등학교 동창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마냥 수련회 온 것 같다. 그래도 빨간모자 조교들은 겁이 난다. 소리 치고, 명령한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입대 3일째 밤]

자대 배치를 받고, 취침시간에 맞춰 침상에 누우면 소등과 동시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제발 이 모든것이 꿈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눈을 떴을때, 내 방 천장이 보였으면 하는 헛된 희망을

안고 잠들지만 6시 땡 하자마자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기상 나팔소리에 부스스 눈을 뜬다.


미.칠.것.같.다






이 이상의 기분은 직접 체험해 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