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마트폰 시대. 우리는 현 세대의 휴대폰으로 과거의 어느 기기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인터넷, SNS, 전화, 문자같은 간단한 일부터 게임, 스트리밍, 증강현실같은 즐거운 경험, 프리젠테이션, 워드, 스프레드시트같은 업무까지 다양한 일들을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기기로 해내고 있다.

물론 이런 스마트폰의 강력한 컴퓨팅 파워로 우리는 게임도 즐기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화려한 3D 그래픽의 MMORPG부터 PC 게임을 그대로 이식한 게임까지 등장하며 이제는 포터블 콘솔의 영역마저 위협하고 있다. 오죽하면 닌텐도가 방향을 선회하면서 '거치형과 휴대형이 모두 가능한 고퀄리티 콘솔'을 추구한 닌텐도 스위치를 내놓았을까. 뭐, 현재 스위치가 굉장히 잘 나가고 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과거에 키패드를 불태우며 그 누구보다 열정 가득히 게임을 즐겨왔던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엔 아직도 피쳐폰 게임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아련해지지 않는가? 슈퍼 액션 히어로, 미니게임 천국, 영웅서기, 이노티아 연대기, 놈, 붕어빵 타이쿤... 한 패키지에 4000원을 자랑했던 피쳐폰 게임은, 누구나 가지고 있던 휴대폰으로 즐길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물론 하드웨어의 한계상 아무리 좋아도 16비트 콘솔 이상의 퀄리티를 내기는 어려웠지만 놀랍게도 게임 제작사들은 이런 한계를 이겨내고 고퀄리티의 작품들을 쏟아냈다. 현재 오토와 사행성, 클리셰로 범벅이 된 국내 모바일 게임계를 두고 유저들은 이 때의 RPG 게임들을 더욱 그리워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게임들 중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이식되면서 여전히 플레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이식된 시리즈들은 전부 시리즈의 노후화를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2008 ~ 2009년경 스마트폰 초기에 나온 피쳐폰 게임이 아니라 더 오래된 게임들은 이식조차 되지도 않았다.

그러면 '만약 하고싶으면 피쳐폰 사서 게임 다운받으면 되는게 아닌가?'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몇 있을지는 모르겠다. 불행하게도 피쳐폰용 게임을 다운받을 수 있는 WIPI 서비스가 2015년경 종료되면서 이제 피쳐폰에서 새로 게임을 다운받아 즐길 방법이 영영 없어졌다. WIPI 플랫폼의 폐쇄성 때문에 해킹같은 꼼수도 어려울 뿐이니 현재 중고나라 등의 중고 마켓에서는 게임이 설치되어 있는 피쳐폰들이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피쳐폰 게임들을 스마트폰으로 즐길 방법은 영영 없어지는 것인가? 다행히도 전혀는 아니다.

피쳐폰용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Java to Micro Edition 플랫폼으로 만들어진다. 국내 피쳐폰용으로 만들어지는 게임들은 이를 바탕으로 WIPI 플랫폼을 위해 암호화 등의 개조를 거치지만, 해외에서 판매되는 피쳐폰들은 WIPI같은 코끼리 코딱지급의 플랫폼 따윈 없기 때문에 거의 그대로 들어간다 보면 된다.

물론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에서 발매된 피쳐폰 게임들을 J2ME 플랫폼 그대로 해외에 출시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는 이것을 이용해 스마트폰에서 피쳐폰 게임의 일부를 돌릴 것이다.

이것은 J2ME Loader라는 앱인데, 이 앱을 사용하면 안드로이드에서 J2ME 애플리케이션을 에뮬레이팅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당신이 컴퓨터로 MAME나 NES용 게임을 돌리기 위해서 에뮬레이터를 사용하는데 그런 물건들과 같다고 보면 된다. 앱을 설치하자. 참고로 필자는 갤럭시 S6 플랫 모델과 S7 플랫 모델에서 구동했다.

이 문장을 클릭하면 스토어로 들어갈 수 있다.

이 앱은 좀 비범한게, 키 맵핑을 지원한다. 물론 일반 풀터치 스마트폰을 위해 가상 키패드도 지원하지만. 키 맵핑이 무슨 말이냐면 피쳐폰의 버튼을 스마트폰의 물리 버튼에 할당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는 말은...

당신이 폴더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때 그 손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졸라 짱이다. 각설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그리고, 우리는 게임이 필요하다. 아직 개도국 등지에서는 피쳐폰 사용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J2ME 게임들을 공유하는 사이트들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약간의 구글링을 거치면 우리가 즐겼었던 게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서 받을 수 있다. （물론 없는 게임들도 많다. 행운을 빈다.） 받아서 휴대폰 내부의 적당한 폴더에 넣자.

앱을 실행하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아직 아무런 게임도 변환하지 않은 상태니. 일단 우측 하단에 + 버튼이 보일 것이다. 눌러보자.

디렉토리 선택 창이 뜬다. 실제로는 이렇게 처음부터 게임 폴더로 들어가지지 않고 아마 SD 카드 최상위 루트가 보일 것이다. 게임 폴더로 들어가서 당신이 원하는 게임 파일을 눌러주자. 나는 가운데에 있는 놈2를 선택했다.

변환 과정을 거칠 것이다. 국내에 발매된 게임들의 100%는 WIPI 플랫폼을 위해 일종의 암호화가 된 상태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 변환이 불가능해 중단되어 버리고 설사 변환이 되었다 해도 정상적인 실행이 불가능하다. 여튼 조금 기다려주면

토스트 메시지로 변환이 끝났다는 말이 뜨면서 목록에 게임이 보일 것이다. 눌러주자.

누르면 초기 설정이 뜰 것이다. 다른 것을 건들지 말고

저기 HW acceleration만 선택해 주자. 하드웨어 가속인데, 저것을 체크 해 주지 않으면 RPG 게임같이 이펙트가 많이 뜨는 게임은 렉이 걸려서 플레이가 불가능해진다. 참고로 게임마다 일일이 설정 해 줘야 한다,

다 마쳤으면 우측 상단의 START를 눌러주면 된다.

수고했다. 이제 당신은 과거 피쳐폰 시절 추억을 다시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

게임이 잘 실행된 모습이다.

잠시 달려보면서 그때로 되돌아가보자.

이것은 영웅서기 제로이다. 필자는 해 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말로는 굉장히 유명했던 RPG라 한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실행이 잘 되는 모습이다.

이것들 말고도 많은 게임들을 실행할 수 있다. 다시끔 터치 스크린, 아니면 키패드를 두들기며 피쳐폰 게임에 몰두 해 보자.

==== 나올법한 질문들 ====

Q : 키 맵핑은 어디서 하나요?

A : 초기 화면, 그러니까 게임 목록 화면의 우측 상단 메뉴를 누르면 설정이 보일 것입니다. 설정에 들어가면 Key mappings가 보일 것인데 그 곳에 들어가면 키 맵핑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설정 후 게임에 들어가서 메뉴를 열고 Hide buttons를 통해 가상 키패드들을 숨겨주면 끝납니다.

Q : 게임 실행이 안돼요!

A : 실행이 되는 게임이 있고 안 되는 게임이 있습니다. 만약 실행이 안된다면 초기 설정에서의 해상도가 다운받은 게임의 해상도와 다른지 확인 해 주세요. 그래도 안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참고로 슈퍼 액션 히어로가 안돌아갑니다. 까비..

Q : 게임을 하다가 잠시 카톡 보고 왔는데 게임이 튕겼어요!

A : 피쳐폰 당시에 개발된 게임들은 현 세대의 안드로이드 멀티태스킹 환경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라서 잠시 창을 내리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에 빠집니다. 물론 튕기지 않는 게임들도 더러 있지만 가급적이면 게임 도중에는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Q : 서태지 최고

A : 네 저도 참 좋아합니다. 근데 림프 비즈킷것도 들어보세요. 서태지만 들을려니 질려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