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렌 예거...는 어떻게 봐도 시련을 이겨낸 주인공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에렌 같은 경우는 자기 희생형 주인공 쪽으로 분류되는 캐릭터라고 보는 게 대놓고 옳죠. 논쟁의 여지조차 없을 정도로...

미래를 바꿀 수 없다면 그 틀 안의 세부 사항이라도, 본인이 아끼는 존재들이라도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랐던 인물이고 4기가 어느 정도 진행될 동안 마치 감정이란 걸 누군가에게 도적질 당한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아르민을 좌표로 불러들여 대화를 나눌 때의 에렌 예거를 보면 에렌 예거는 성격이 변하거나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가 제법 친절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뭐 초기 모습을 보면 전형적인 과도하게 의욕이 앞서는 낭만 파이터...인 인물이 에렌인데, 에렌 예거의 불행이 타 만화나 진격거 내에서도 압도적으로 말이 많은 불행인 건 에렌 예거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서 겠죠.

그와 동시에 인도자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그리샤 예거에게서 무탈하게 진격의 거인을 계승 받기 위해 전대 계승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미래만 보여주기도 하고, 거인 계승자임과 동시에 인간적인 인물이었던 그리샤 예거가 살인마가 될 수 있도록 재촉하기도 하고 뭐... 불행한 미래 속에서 그나마 남은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래서 많은 이들을 인도하는 모습을 보여요.

그럴 땐 수단을 가리지 않아서 섬뜩한 모습도 보이는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지만 자신의 다리를 자르다니... 어릴적부터 훈련해왔으니 일반인의 다리보다 훨씬 질겨서 굉장히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을텐데... 사실 적고 싶은 건 극히 짧아요. 

에렌 예거가 가장 적극적으로 불행해지도록 인도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어머니? 다이나가 그녀를 잡아 먹을 수 있도록 인도한 패륜아니깐? 그렇다고 치기엔 에렌의 어머니는 타 등장인물에 비해서는 불행의 순간이 극히 짧습니다. 

미카사? 에렌이 가장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했던 인물이 오히려 미카사일 거에요. 미카사가 가지고 있던 감정이 워낙에 크고 특별했고 아커만이었던지라 에렌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

베르돌트 후버? 어머니에 대한 복수로? 그렇지는 않아요. 큰 틀에 집중하느라 베르돌트의 최후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을 겁니다. 그저 베르돌트에겐 역할이 있으니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을 뿐이지...

에렌이 불행으로 인도한 결과, 가장 큰 불행을 맛 봐야 했던 인물은 어린 시절의 에렌 예거입니다. 본인이 느꼈던 대부분의 분노나 의지, 다짐 같은 것이 가까운 미래에 자기 자신이 그 불행들이 일어나도록 설계를 해놓은 셈이니 기억이 돌아왔을 때 에렌 예거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군요. 시간 여행이나 타임루프가 아닌 시간선을 넘나드는 간섭인지라 잡아 족칠수도 없고... 아, 본인이니깐 족칠수는 있구나. 그런데 그런 짓거리를 하고 있기엔 에렌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없죠. 

미래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검증하는 것부터 여러가지 설계를 해야만 하는 인물이니... 자신의 목이 사랑하는 이의 손에 의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본인이 불행해지는 시간선이 꼬이지 않도록 시간선마다 간섭을 해야 하고 인류대학살에 필요한 준비도 차곡 차곡 해 나가야 하고...

그래서인지 에렌 예거는 인기투표에서 1위나 2위에 오르지는 못 하더라고... 뭐가 어찌됐든 극단적인 현실주의자로서 저지른 학살극이 있으니... 약간 글이 두서가 없네요. 

실은... 진격거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목표라서... 그러니깐 나루토에 대해 술술 이야기하는 것처럼 진격거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정주행을 하는데 어린 에렌이 어머니를 잃는 씬을 보고 있자니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이나 충격은 없지만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감정이 드는 것도 같고 그래서요. 이제 2화 봤는데....

아직 후유증이 남았나?

자신의 분노와 절망을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 외면해야 하는 심정이란 어떤 것인가 싶기도 하고. 뭐, 애니 하나 가지고 궁상 떤다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으음.... 제가 언젠가 나타나서 베르돌트 후버에 관련된 글을 적는다면 제가 딱 아르민이 초대형 거인을 계승한 부분까지 시청한 시간대일 겁니다. 그 전에는 가능한 진격거 글은 피하는 게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는 게 잘 모르는 걸 정답처럼 이야기하는 건 나쁜 짓이니깐...?

이 글만 봐도 에렌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있는 게 사실이고... 그나마 베르돌트 쪽은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제가 그 유형이거든요.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의 대척점에 속하는 인물에 빠져드는 유형의 오타쿠들 있잖아요? 그 쪽이다 보니 3기까지는 에렌 예거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전 글에도 적은 거 같은데 전 머리가 나빠서 1회차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다 진격거의 주제는 어렵고 시간선도 엉켜있고 작가가 여기저기 메시지를 숨겨 놓기도 해서... 

일단 애니 재주행을 하고 단행본을 읽을 생각입니다. 삭제된 부분이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몇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앨빈 단장입니다. 핵심인물이죠. 그래서 캐릭터 파악을 위해서 읽어야 하는데 이거... 한국 정발은 됐나? 

,,차력거인이라 번역된 게 정발이 안된 상태로 아마추어가 번역한 게 굳어져 버렸다는 모양이던데... 정발 됐다해도 검열 엄청 했을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