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
이산화탄소 농도계를 들인 후로 방 환기에 부쩍 신경 쓰게 됐다는 이야기는 예전에 했던 것 같다.
봄이 되어 날씨도 풀렸겠다, 창문을 열어놓고 싶은데 슬슬 벌레가 들어올까 봐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방충망을 달기로 마음먹었다.
방충망 판매 사이트를 찾아보니, 우리 집 창문에 맞는 제품을 사려면 치수를 어떻게 재야 하는지 설명이 잘 나와 있었다.
원래 방충망이 없던 창문이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방충망을 끼울 수 있는 레일은 이미 달려 있었다.
설명대로 치수를 재 봤더니, 아쉽게도 일반적인 기성품 사이즈로는 맞는 게 없었다.
결국 맞춤 제작을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뭐, 어쩔 수 없지.
이런 건 마음먹었을 때 바로 저지르지 않으면 계속 미루게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금방 주문하지 않으면 힘들게 잰 치수를 까맣게 잊어버릴 게 뻔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을 넣었다.
당연히 기성품보다는 비쌌지만, 내가 주문한 가로세로 치수가 일본 어딘가에 있는 공장으로 넘어가고,
거기서 기술자들이 알루미늄 틀을 자르고 구멍을 뚫어 나만의 방충망을 만들고,
그걸 또 정성껏 포장해서 택배로 우리 집까지 보내주는 그 모든 과정을 생각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싼 걸지도 모르겠다.
새 방충망이 도착할 날을 기다리는 건 제법 설레는 일이다.
2025년 4월 16일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