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유명 만화 캐릭터의 실사화 버전이 떠돌아 다니더라고...요.）

지크 예거. 

엘디아 복권파의 열성당원이었던 부친 그리샤 예거와 주요 인물이었던 모친 다이나 프리츠를 마레 정부에 판 인물.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사상 검증을 받으며 의심과 불신이 가득찬 눈동자에 둘러 싸여 유년기를 보냈을 확률이 높은 인물입니다. 자진해서 부모를 팔아 넘겼다고 해서 그 인물을 당장 신뢰해줄 멍청한 국가 따위는 없고, 진격거는 묘하게 현실적인 부분이 많은 만화니깐.

부모를 팔았다는 꼬리표, 국가의 의심어린 눈초리, 불온한 피를 이은 존재라는 조롱을 어린 나이에 가족없이 감당했어야 했을 게 거의 확정적인 인물. 그나마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길은 단 하나, 우수한 전사가 되는 것이었을 겁니다. 아마 이게 지크가 짐승을 계승한 이유가 아닐까요. 어떤 거인이든 계승해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적을 반복해서 세우다 보면 분란종자의 씨앗이 아니라 

마레에 공헌하는 훌륭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으니까. 

그런 지크 앞에 돌연 모습을 드러낸 게 에렌 예거였던 겁니다. 에렌 예거? 파라디 병사 중에 자신과 같은 성을 쓰며 계승 거인을 다루는 인물이 있다, 지크 예거에게 있어서 파라디는 악마의 소굴인데 그 곳에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에렌 예거라는 인물이 있는 겁니다. 

지크가 엉망이 된 채 퇴각하면서도 에렌을 특정하며 반드시 구해주겠노라, 반드시 돌아와 너를 구해주겠노라 외쳤던 건 어떻게 보면 진격의 거인 내애서도 손에 꼽힐만큼 가슴 아픈 장면이 아닐까요. 자신의 동생이 분명해 보이는 꼬맹이가 아무것도 모른 채 악마들에게 이용 당하고 있다（지크의 시선）니. 

가족과의 삶 같은 건 생각해 보지도 않고 살아왔을 지크에게 드디어 가족인 듯한 인물이 보이는데 하필 적국의 엘리트 병사 노릇을 하고 있는데다 추악한 프리츠 왕에 의해 세뇌（?） 당해 있다니....

후퇴 이후의 지크의 마음은 타 들어가고 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짐승형 거인을 계승한 시점에서 지크는 이미 시한부, 동생인 에렌 역시 시한부에 서로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전사와 병사라는 이름을 가진 군인이라는 신분까지. 게다가 지크에게는 더욱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인데... 조막만한 회오리검사만 아니었어도!!!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동생의 세뇌를 풀 수 있을지 머리 아파 죽겠는데 그 동생이 나타난 거죠. 그것도 파라디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말끔하게 지워버린 상태로. 지크는 에렌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판건 미성숙할 당시에 실수라 합리화할 수 있어도 에렌은 아니니깐. 에렌 마저 버리고 나서 지크의 수명 안에 에렌을 제외한 가족을 다시 만날 확률따윔 없으니까요. 네, 정말로 슬픈 캐릭터입니다. 

지크와 에렌은 나이차이가 꽤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지크의 시선으로 보면 다소 지저분한 상태로 다니게 된 에렌 역시 응애일뿐이죠. 그 응애가 자길 겁나 욕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 니상 니상 거리면 지크가 아무리 지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도 넘어갈 수 밖엔 없다 이겁니다.

이 영상만 봐도 에렌이 니상 해주니깐 눈동자가 풀리잖아?

본인이 구해주겠노라 맹세한 동생이 힘을 합치자는데 안 넘어갈

（나이차 많이 나는） 형이 어딨겠음. 

....쵸소우도 그렇고 왜그리도 형이란 명칭에 집착하지?

우리 형은 내가 좀 취해서 형은...이라고만 해도

"행님은." 이라고 정정해 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