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시스 융.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총 10편으로 다 합쳐도 한시간 남짓 되는 짧은 분량.

개지랄난 포스터와 그보다 더 개좆지랄난 내용을 가진 아스트랄한 만화다.

해병문학 이전에 크라이시스 융이 있었다. 고어를 비롯한 혐오요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만 시청하자.

연인 마리아와 행복한 생활을 누리던 주인공 융.

갑자기 세상은 멸망하고 마리아는 목이 잘려 악당에게 붙잡힌다.

미리 말하자면, 이 만화는 고어와 엽기요소 뒤에 온갖 분석심리학적 메타포가 숨어있다.

기본적인 플롯은 주인공 융이 연인과의 실패를 겪고 자아성찰의 여정을 거치며 내면의 여성성（아니마）과 자신이 모르던 스스로의 면모들을 발견해 자아통합을 이루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칼 융이 권하길, 이상적인 여성성（남성성）을 파트너에게서 찾지 말고 자기 내면에서 찾으라 하였다. 자기 내면의 여성성（남성성）을 발견하여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타인에게 이상을 강요하지 않게 되므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연인관계를 이룩할 수 있다나 뭐라나

이상적인 여자가 없으면 네 스스로 이상적인 여자가 되라는 암컷타락의 교훈이다.

아무튼

저 문도처럼 생긴 게 메인빌런이다. 이름이 아기 예수인데, 아마 주인공과 연인이 갈등을 겪은 것이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한 공포 때문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주인공이 악당에게 패배하면 이렇게 무의식 속에 드러누워서 한탄을 늘어놓는데,

그걸 무의식 속 의문의 목소리가 듣고 해결법을 알려준다.

심리학 만화답게 각성도 심리상담으로 한다

주인공은 자아（ego）를 상징한다.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표면 의식이다.

주인공을 상담해주는 존재는 무의식 또는 통합의식（self）인 것 같다. 칼 융 심리철학에서, 무의식은 꿈 등을 통해 의식에게 문제의 해답을 던져주곤 한다 카더라.

상담받은 주인공은 각성해서 해괴한 모습으로 변신하는데, 포스터에 나온 저 젖달린 괴물（...）이 그거다.

남성 내면의 여성성, 아니마（anima）를 표현한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해병문학 출신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섞여 있으나 완전히 하나되진 못한 과도기적인 상태를 표현한 듯.

아무튼 그렇게 변신한 주인공이 악당을 때려죽이고 깨달음을 얻는 게 주 플롯이다.

참고로 주인공은 내면의 여성성을 완전히 확립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상태이기에, 이 만화에서 등장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전부가 이 꼬라지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쇠고랑을 차고 불량배들한테 겁탈당하곤 하는데, 이는 주인공의 어두운 면모를 의미한다.

폭력적이고,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며, 공감할 줄 모른다. 남성성의 나쁜 면모들이며 극복의 대상이다.

아기 예수가 보낸 악당들을 물리치며 여러 미덕을 깨닫고 정신적 성장을 이룬 주인공은 자기 내면의 여성성을 받아들이고 이상적인 남성이 된다.

융 아저씨가 말하는 자아 통합을 이루어낸 모습.

근데 그 통합의 과정이라는 게 사람을 통째로 잡아먹는 걸로 표현이 되는데 아주 씹오도된 기합만화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 화해의 폭풍ㅅㅅ를 한 끝에 세계는 평화를 되찾고 애니메이션은 끝이 난다.

그냥 보면 정말 난해하고 엽기적이지만 심리학적 메타포를 하나하나 들춰가면서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 만화.

다시 말하지만 해병문학급으로 어지러우니까 시청에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