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현재 보루토를 찍먹하고 있습니다.

사실 보루토를 찍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나루토의 팬이자 마사시의 팬인 입장에서는

미키오 작가가 그려낸 보루토는 그야말로 아픈 손가락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비판을 받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근거도 있어요. 그걸 부정하고 싶어서 봤죠.

왜 부정하고 싶냐면.... 유튜브에서 자꾸 사람들이 놀려서요....

그러다가 어느 날 타 커뮤니티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나루토를 보는 시선으로 보루토를 보기 때문에 재미가 없는 거랍니다.

키미오가 그려낸 만화를 보면서 왜 키미오가 아닌 마사시를 보려하냐 이거죠.

맞는 말입니다. 마사시 작가도 한번 밝힌 바 있습니다.

보루토가 나루토의 아류작이 아닌 독자적인 작품이 되길 원한다고요.

★ 장점

일단 제가 본 분량이 적기 때문에 초반부에 대해서만 명시하자면 이렇습니다.

이걸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키미오는 과거 제가 적은 것과는 달리

대선배이자 원작자이며, 스승격이기도 한 마사시를 무시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보루토 초반을 보면 원작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장치를 해놓았는데 이제야 봤네요.

9화 분량동안 여러 장면을 이용해서 원작을 떠올릴 수 있게 해놨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나루토보다는 보루토라는 인물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보루토잖아요. 그럼 보루토를 담아내야 하겠죠.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좀만... 너무 길게 말고 조금만 풀면 이겁니다.

나루토를 얼핏이라도 봤다면 누구나 알만한 인물인

4대 호카게 미나토입니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미나토를 본다면

미나토에게서 나루토를 볼 수 있느냐 하는 아주 기초적인 질문인데요.

아무런 정보 없이 미나토에게서 나루토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한 사람들이야 있을 거 같긴 합니다. 금발 벽안...

그럼 여기서 조건을 하나 추가해 보죠. 나루토라는 정보를 추가하면

미나토에게서 나루토를 보는것이 가능한가요?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정확히는 나루토의 캐릭터성 중 일부가 명확해지는 거죠.

그럼

...그림을 너무 후반껄로 퍼왔나....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보루토에게서 나루토를 보려 한다면 

보루토에게서 나루토를 볼 수가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겁니다. 

금발 벽안이라고 모두가 나루토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보루토에게 나루토라는 사전 정보를 주입한 뒤 본다면?

보루토에게서 나루토를 볼 수 있게 되고 나루토에게서는 

보루토라는 캐릭터의 캐릭터성을 이해할 근거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네, 그렇게 하면 보루토에게서 나루토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정반대의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공유하는 부분이 많더라구요. 

이게 무슨 말장난 중 인가 싶으실수도 있지만 

나루토를 몰라도 보루토를 읽고 이해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구세대 인물에 대한 이해도만 포기하고 들어간다면, 이라는 조건으로요.

보루토를 보면서 나루토를 보는 방법은 나루토를 알고 보는거죠.

어거지로 찾아내려 들면 보루토라는 인물에게서 나루토 그 자체를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문단이 세트 구성입니다.

보루토의 재미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사실은 

나루토와 사스케에 대한 이해도만이라도 들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아버지인 나루토와 스승이 되는 사스케에게 영향을 받을 

보루토라는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둘의 행동이

어디서 기인하는 가를 명확히 알고 있는 쪽이 유리해서 그렇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거 필요 없고 나는 그냥 보루토가 보고 싶다, 

나루토/사스케에 대해 이해도를 쌓지 않고 걍 보면 됩니다.

이게 원작을 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후속이 아니라서요.....

★ 미나토, 그리고 나루토와 보루토 

보루토는 의도적으로 나루토의 특성을 반대로 엎은 캐릭터에요.

타고난 불운도 없거니와 가난도 없고 오히려 재능은 있습니다.

즉 부친인 나루토보다는 미나토쪽의 특성을 더 많이 물려받은 인물입니다.

보루토는 엄청난 천재라서,

이 코노하마루 사마가 익히는데 개 고생한 술법이 바로 이 나셍강이지.

원작 팬들이 기겁을 하는

[4대가 만드는데 3년, 변환에 반년, 나루토가 쿠라마 차크라를 이용해서...] 

로 익힌 A랭크 술법인 나선환을 익히는데 단 하루! 단 하루 밖엔 걸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거 나루토내에서는 꽤 고급 스킬이었던 형태（성질）변환이 이미 들어있는 나선환입니다.

솔직히 왜 이렇게 보루토에게 나선환을 빨리 줬을까 생각했습니다.

이해가 되질 않았죠. 나루토의 심볼이자 주력기, 필살기인 기술을 단 하루만에 익히다니...

원작 팬들로서는 이게 아니꼬워 죽을거 같고 그렇거든요. 이걸 쓰는 인물들이래봐야

나루토, 미나토, 지라이야 정도 되는 강자인데다 약자로 칠수 있는 인물이 코노하마루거든요.

그게 디게 간단한 이유더라구요? 

보루토는 나루토처럼 느린 템포로 가는 만화가 아닙니다.

모모시키라는 빌런이 등장하는데 6화 정도밖엔 소모하지 않아요.

주귀톱만큼 재미 있을거 같지는 않지만 그 만화들처럼 빠른 템포로 극이 흘러가요.

나루토 때처럼 여러 고행을 쌓으며 나선환을 익히고, 또 고행을 쌓아 형태 변환을 주면

주인공이 빌런의 등장속도를 따라 잡을수가 없게끔 되어있는 템포로 진행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만게 분들도 종종 말씀하시던데 그런 템포로 빌드업을 하면

요즈음의 독자들은 그 빌드업을 기다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런거 같아요.

★ 작화 

이게 은근히 말이 많이 나오는 부분이거든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단행본을 기준으로 말씀 드리는 겁니다.

키미오 작가와 마사시 작가는 다소 화풍이 엇갈리는 스타일입니다.

마사시 작가는 부드러운 선을 이용한 화풍을 그려내는데 우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키미오 작가는 다소 거친 선을 이어가며 그림을 완성 시키는 스타일의 화풍을 가지고 있어요.

검색을 통해서 키미오 작가의 그림을 살펴보면 못 그리지 않아요. 꽤 잘 그립니다.

배경이나 액션류의 연출 쪽에도 그렇게 약하다는 평을 내릴 수는 없는 실력은 된다고 봅니다.

오랜 어시스턴트 생활을 헛투루 보낸 것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나루토 원작 팬들에게 키미오 작가의 그림이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이유는 딴게 아니라,

이러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심리묘사

만화든 드라마든 영화든 가장 중요한 것은 화풍이나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이 독자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어 지는가, 라 생각해요.

독자가 만화를 사랑하려면 만화가 그 독자에게 어떠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요즘 만화로 예시를 들자면... 레제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감정에 무게가 더 해졌듯이요.

그런면에서 보면 보루토의 （초반 한정）은 나름대로 구색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나루토가 살아온 세월과 비교하면 보루토가 구가한 세월은 그야말로 평화에 찌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중급닌자 시험에서 OX 퀴즈나 하고 그런거 아니겠아아아아아아!! 역시 보루토는 틀렸어!!!

...아니 이게 아니고....사실 보루토 초반에 묘사된 보루토도 살짝 귀한 집 도련님 느낌이 있어서 그렇지.

마냥 철없는 어린 아이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아버지인 나루토가 자신에겐 나선수리검을 쓰지 못한다는 걸 이용해서 대드는 쓰레기가 아니에요. 보루토가 나루토에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이빨을 드러낸 장면은 따지고 보면 여동생인 히마와리를 챙겨주지 않아서이지 자신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보루토는 그저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좀 회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춘기 소년의 느낌과 더욱 닮아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여동생이 생일만큼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곁을 지켜주고 

싶어했으니 나이에 비해서는 성숙하다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품고 있는 이유가, 단행본에 알아먹기 쉽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체 지금껏 다섯번 넘게 트라이한 주제에 왜 못 봤을까 싶을 정도로 알아먹기 쉽게 적혀있어요...

그리고 원작팬들을 위한 서비스 씬에 가까운 전투신도 들어있습니다.

나루토를 보면 나루토가 나선환을 쓸때 미나토가 자신의 차크라를 나눠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이 나루토 역에 보루토가 미나토 역에 나루토가 배치된 장면으로 나옵니다. 

이로서 마냥 철 없이 아버지를 원망하던 철부지 보루토 역시 끝이 나게 됩니다.

닌자로서의 나루토가 얼마나 고된 세월을 보내왔을지 어림짐작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 심리변화까지 딱 9화입니다.

보루토가 철부지 짓을 하고 나루토가 히마와리 생일날에 분신술 보냈다가 사고 치고,

 이에 빡친 보루토가 셀프 패드립을 박고 사스케가 나루토에게 뭔가 이상징후를 보고하고 

보루토가 하루만에 나선환을 익히고 사스케가 보루토를 제자로 받아주고 중급닌자 시험에서 

OX 게임을 해서 원작팬들을 눈물 짓게 만들고 이 와중에 모모시키가 침략을 해오고 

나루토가 납치를 당하고, 구조하고 5카게 vs 모모시키와 싸웠다가 인술이 안 통해서 쳐발리고

형태변환 나선환으로 패고, 보루토가 아버지 스바라시!!! 파파쨩 스게에!! 하는데까지 딱 9화 분량이에요.

생각보다 템포가 빠르죠? 

극초반에 보루토가 나선환을 익히지 않으면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질 못해요.

보루토의 문제점이라 언급되는 장면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잡고 보니깐 

아예 납득이 가지 않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스탠스를 잡고 있던 건

키미오 작가가 아니라 독자 중에서 멍청이를 담당하고 있는 저였던 겁니다.

이러면서 또 레제는 이쁘니깐 그건 존나게 열린 마음으로 봤어...

캐릭터의 외형에 따라 마음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고 이런건 좀 고쳐야 하는데...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너무 극을 빠르게 전개하다보니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과,

보루토와 나루토를 제외한 인물들의 심리묘사 부분은 취약합니다.

최강의 자리라 설정되어 있던 오카게들이 너무 무력한 것도 문제였고,

（적어도 혈전이나마 치뤄줬으면 했습니다.）

오오츠키 일족의 아몰랑 차크라흡수! 도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회수하기 위한 복선일 수 있으니 지금 당장

보루토의 단점이라 언급하기엔 시기상조인것 같네요.

결국 트리오 형식으로 나온 미츠키, 사라다의 분량도 처참했어요.

이건 뒷 부분을 좀 더 봐야 하긴 할 겁니다. 

나루토 원작팬이 이야기하는 보루토 

나루토를 보려는 마음이 아닌 보루토를 본다는 마음으로 본다면 

아직은 평작까진 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나루토에서 나루토가 주인공이었듯이 보루토에선 보루토가 주인공인게

아무래도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사시 작가와 키미오 작가, 둘 다 나루토와는 다른, 

독자적인 세계를 그려내고 싶어했다는 점을 생각하고 보면 

"나루토와 설정이 맞물리지 않아!!" 같은 마음이 어느 정도 극복이 됩니다.

게다가 특정 분량 뒤로 가게 되면 마사시 작가의 검수도 들어가거든요.

그러니 나루토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악물고 본다면 꽤 볼만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이 악물고 보긴 했지만....

단행본의 장점이 그거 아니겠습니까. 이해가 안되면 이해가 될 때까지

바라보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해가 된다는 것..?

결론적으로 저는 보루토를 끝까지 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혹시라도 흥미가 있으시다면 9화 분량까지만이라도 보시면 

볼 거 없을 때 볼 만화로는 나쁘 지않은 선택지가 되어줄거라 믿어요. 

음 그런데 보루토 관련글은 좀 비주류니깐 

 소년만화풍의 만화를 하나 추천해 드릴게요.

약간 나히아풍 다크 판타지 느낌이라 하던데....

이게 요새 제법 핫하댑니다. 세계관은 다소 어둡다 하니 주의.

시간이 남으시는 분들은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요.

참고로 저는 666 사탄을 본 이후에 가치아쿠타를 볼 생각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가치아쿠타 마음에 들어요.

갓슈랑 시가라키, 두 인물이 풍기는 분위기가 섞여서 풍기니깐

느낌이 뭔가 좋고 기대감이 크게 늘어나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