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도 이러면서 숨기는 걸지도 모르겠지마는, 나는 매사에 겁이 많은 사람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일반적으로 그냥 넘겨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괜시리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이게 나비효과 식으로 폭풍을 몰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릴 때는 간땡이가 띵띵 부어서 겁이고 뭐고 없었지마는 최근엔 무서운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글로 적자면 내가 무서워하는 건 엄청나게 많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도 있고.

아마 옛날에 겪은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가 시작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변의 사건사고 사례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사고의 피해자/가해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집 내외에서 긴장을 한다.

예컨대, 횡단보도에서는 내가 차에 치일 수도 있고, 인도에서는 차가 내 쪽으로 달려와서 사고를 당할 수 있고.
건물 안에서는 갑자기 （지진으로 인하거나 부실 공사로） 건물이 무너져서 내가 깔려죽는다거나.
의도치 않았음에도 내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거나.

내 기억에는 없는 일들이 지인이 말하기를, 나와 관련 있는 일이라고 하면 괜히 무서워진다.
그 일이 있는 동안에 내가 다른 언행을 하지는 않았는가, 과연 그게 사실인가.

가끔 멍을 때리는 일이 있어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시간이 흘러있고, 공공장소에서라면 친구들과 선생님이 날 주시하고 있을 때도 있다.
그때가 가장 무서운 순간인 것 같다.
내가 잠시 멍을 때리고 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길을 가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는 듯하면 그 사람이 나를 왜 봤는가부터 시작해서 어떤 생각으로 나를 봤고 내게 무슨 짓을 할까까지 생각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집에 혼자 있든 누구와 같이 있든, 집 안에 발소리라든가, 익숙지 않은 소리가 들리면 집 안에 누가 침입했다는 생각부터 먼저 한다.

남들과 이야기할 땐 괜히 남이 그냥 한 말에 욱해서 화를 내기도 하고, 예민한 때가 굉장히 많다.

이와 같은 경우가 발생할 시의 증상은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뛰며, 식은땀까지 흐를 정도다.

지인이 말하기를, 평상시의 내 모습은 어딘가 불안한 모습이라고들 많이 한다.

내 스스로도 그런 모습은 자각하고 있으나 뭘 어쩌겠나, 어딘가 불안한게 맞는걸.

지금은 꽤 나아진 모양이지만 심했을 때（반년 전 쯤이었다.）는 내 옆에 있는 친구가 갑자기 달려들어 나를 칼로 찔러댈거란 생각까지 할 정도로 불안증세를 보였다.

그때 당시에는 나 자신이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을 믿지 못했다.
설령 그 사람이 가족이고, 내 속마음을 가벼이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라고 한들 예외는 없었다.

이 마인드는 고쳐야 한다라고 몇 번이고 생각을 해보았으나 제자리걸음이었다.

이 글을 쓰기 이전에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기도 하였으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 외에는 별 들은게 없었다.

이런 마인드가 가끔은 자기혐오로 이어질 때도 있다.
근본적인 문제와 원인은 내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병신이니 뭐니 하며 자학까지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 없기도 하는 그런 행동이었기도 했다.

항상 내 생각을 내가 번복하면서 나 스스로가 엄청 답답해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지.
진심으로 이런 마인드를 고칠 생각은 있는지.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엄청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