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아시아 거장들에 대해 제 생각을 적었었습니다.
그 때 왕빙과 임권택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면,
올해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올 4월을 끝으로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의
대표작 14편을 다 보았거든요 ㅠㅠ ^^


'자객 섭은낭'을 보았을 당시
저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의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않았죠.
감독님이야 워낙 거장이시다 보니
이름만 들어봤지 작품은 안보았거든요 ^^

그 당시에도 전작들을 보고
'자객 섭읍낭'을 볼까 생각했었지만,
지금도 그렇고 당시 평들이 전작들과는 다르고
무협영화로서 더 나아갔다는 평을 보았던지라
안봐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자객 섭읍낭'을 보고
이전 비슷한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과는
스타일이나 내러티브에서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좋지만 그 중 하나 꼽으라면,
전 '자객 섭읍낭'이 더 좋습니다.

사실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 입문작으로는
이 영화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손에 확 잡히는 영화가 아닐 뿐더러,

무척이나 느리고 액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미학에서 담긴 인물의 내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중요한 영화이기 때문이지요.
（이야기가 새는군요~ ㅎㅎ）


그렇게 작년 부터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의 영화를
드문드문 보다가 4월에 갑자기 Feel 받아서 몰아봤는데,
하~ 정말 힘들더군요.

영화 구하는 것도 힘들었고,
그 많은 영화들 시간 쪼개가며 보는 것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제가 본 영화가 다 좋아서 힘들었습니다 ㅠ

좋은데 왜 힘드냐 할 수도 있지만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 영화들이 쉬운 영화들이 아니지요.
영화가 그렇게까지 난해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영화 자체가 인물을 대만의 역사로 까지 확장시키는 작품들이 많기에
그런 걸작들을 연달아 보고 나면
보기 전에도 힘든 상태에서 보는데 보고나면 더 힘들어지지요 ㅠ
（마음 속 여진은 정말 강력하게 남습니다.）

그리고, 보고나서 생각만 1~2시간 하니
안 피곤할래야 안 피곤할 수가 없죠 ㅠㅠ ㅋㅋ

이런 몰아보기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 봐야해요 ㅠ
（안그래도 극장 영화도 일주일에 1~2번은 가는데 말이죠）


요 며칠간 영자타임이 와서（개봉영화 제외하고）한동안 안보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을 떠올리니
다시금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아시아에서 '허우 샤오시엔'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절실하게 느낀 한 달이었습니다.

저야 뭐 아무 것도 아닌 일개 영화 관람인이지만,
이런 어른이 아직까지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계신 것에서 안도와 존경을 표합니다.


아래는 제가 본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의 대표작 14편입니다.

'펑꾸이에서 온 소년（1983）'
'동동의 여름방학（1984）'
'동년왕사（1985）'
'연연풍진（1986）'
'비정성시（1989）'
'희몽인생（1993）'
'호남호녀（1995）'
'남국재견（1996）'
'해상화（1998）'
'밀레니엄 맘보（2001）'
'카페 뤼미에르（2003）'
'쓰리 타임즈（2005）'
'빨간 풍선（2007）'
'자객 섭은낭（2015）'


워낙 호평인 작품들이 많아서~ ㅎ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비정성시' '남국재견' '동년왕사' 입니다.

'비정성시'야 아시아 영화 거론할때
반드시 들어가는 작품이라 당연하게 생각하실수도 있고 ㅎ
（당연하지만 영화 정말 훌륭합니다.）

'남국재견'은 본인의 두 번째 데뷔작이라 했던 만큼
전 보다 더 나아가고 센세이션 하며
예술가로서 감독으로서 영화적 탐구를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과 탐색도 있어 무척이나 훌륭하고 뛰어난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스타일은 단지 테크닉이 아닙니다.
현대로 넘어온 허우 샤오시엔의 시선과 내용 형식
그리고 음악까지 고스란히 맞닿아 있는 작품이지요.

'동년왕사'는 가장 자전적이며 성장 4부작 중에서도
미학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영화일 것입니다.

저 영화들 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못고릅니다 ^^ 골라도
그 때마다 매번 다를거에요~

지금 심정으로는 '남국재견'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보기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영화를 찾고 있으니
영화를 제가 좋아하긴 좋아하나 봅니다 ㅎㅎ

이제, 차이밍량 감독님 까지 보고 나면
유럽으로 옮겨야 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