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막연하게 머리아프다고만 생각했는데
플래너를 정리하다 두통이 지속된지 최소 한달이 넘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일도 아플 수 있으니까 두통약을 챙겨놓으려고 약국 가는길에 뻘생각 났다

내가 우울증이라고 자각한건 올해 6월 말 내지 7월이였던것 같다.
그 날도 모든것이 공허했고 죽고 싶었다. 커터칼을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내가 우울증에 걸렸구나.
자각했을 땐 이미 중증이였던것 같다.
매일 분노와 공허가 끓어넘쳤다.
병원에 가는게 무서워서 어린이용 감기약으로 전전했다. 진통제를 먹을 때마다 서럽고 무서웠다.내가 끊지 못하면 어떡하지 병원까지 가면 어떡하지 싶어서.

7~8월 중순까지 절정을 달했다.
자해 욕구가 너무 커져서 그림으로 해소했다. 나를 닮은 사람이 자해하거나 울고있는걸 그렸다
이걸로도 부족하면 인터넷에서 자해후기,우울증에 걸린 이들의 글을 모았다.
이마저도 위로가 되지 않을땐 볼펜으로 그었다. 립스틱으로도 그었다.매번 지워낼때마다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물론 지켜지지 않았다）
이 다음선은 다행히 넘지 않았다.칼을 집어들다가도 돌이킬 수 없을게 무서워서 내려놓았다.

8월 어느날 독서실에서 작년까지 같은교회를 다녔던 애를 보고 작년의 내가 떠올랐다.
교회 참 열심히 다녔었는데.
매번 공부 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가족 행복하게 해달라고 오늘도 주님 말씀 따라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던게 생각났다.
저때는 지금같은 우울은 상상도 못했었는데.그저 행복하기만 바랬는데.
작년까지만해도 행복했었다는걸 떠올리고 희망을 가져보았다.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자고.
이때부터 기도일기나 플래너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경증과 중증 사이쯤을 겪고 있는것 같다.
（우울한건 거의 가셨고 집중력 감퇴나 두통 암기력 저하만 겪고있다）
교회 아이가 나에게 희망을 주었고
여기 웃대에서 만난 사람이 기운낼 수 있게 만들어줘서 옛날보단 나아졌다.
가끔 아직 완벽히 낫지 않은걸 실감할 때가 있다.
요즘처럼 이유없는 두통에 시달릴 때.
우울이 덮칠 때 무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을때.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팍팍 줄어드는게 눈에 보여서 계속 버틸 용기가 난다.




뻘생각이지만 우울증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위로 받으시기를 바라면서 여기에 남겨두겠습니다.
오신김에 참고하시라고 적어놓겠습니다.
우울증은 초기에 약물치료로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우울증에 집중력 감퇴와 암기력 저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트위터에서 제가 큰 위로를 받았던 말 요약으로 뻘글 마치겠습니다


"존나 말합니다.우울증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신경회로가 고장나서 뇌세포가 비활성화되는 진짜 질환입니다.
마음의 감기...?감기는 감기인거고 뇌세포가 존나 거의 죽은거나 다름없어서 기억력도 낮고, 집중도 못하고, 집중을 못하니까 의욕도 없고, 의욕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병입니다.
난 왜 이렇게 살지?난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하지?
하면서 스스로를 탓하지 말아주세요.

스스로가 나태하고 잠이 많고 게으른게 아니고 이미 뇌가 고장나버려서, 다른 사람들처럼 집중해서 열심히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겁니다.
제발 스스로를 탓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은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