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패배했다. 매서운 추위에, 눈앞에 있는 식량에, 순간적으로 들끓는 성욕에,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과 붉은 눈동자에 패배했다. 이성이 마비된 인간에게 죄책감은 없었다. 감성이 무뎌진 인간에겐 희망은 없었다. 본능을 잊어버린 인간에겐 죽음만이 존재했다. 인간들에게 역사책은 땔감이었고 화폐는 추억이었으며 종교는 먼 미래에 대한 꿈이 되었다.
결국, 날씨가 좋아지지 않아 그녀와 함께 학원 로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침낭이 하나뿐이라 어쩔 수 없이 함께 덮었다. 그녀에게 침낭을 양보했지만, 그녀는 함께 덮지 않으면, 절대 덮지 않겠다고 했다. 빚을 지기 싫어하는 그녀와 마음 약한 나의 타협점이었다.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 밖으로 날씨를 점검했다. 분명 어제보다는 훨씬 좋은 날씨였다. 비록 햇빛은 없을지라도 말이다. 그녀와 나는 함께 메트로 나인으로 가기로 약속했고 목적지로 가기 전, 그녀와 지내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로 했다. 목적지로 가는 길이니, 계획에는 지장이 없을 듯했다.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