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생 철규는 남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입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골목 끝에서 웬 할머니와 마주쳤다.

바싹 말라서 눈빛만 형형한게 기분 나쁜 할머니였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더니 혀를 끌끌 차며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쯧쯧, 떨어졌군."

별 미친 할머니 다보겠네. 철규는 별로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해에 철규는 입시에서 낙방을했다. 맘에 들지 않는 대학에는

가기 싫었던 철규는 재수를 작정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집에 가는 철규는 다시 그 할머니를 만났다.

그런데 또 같은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쯧쯧, 또 떨어졌군."

철규는 그 할머니의 말대로 입시에서 또다시 낙방하고 말았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해서 철규는 3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입시철이 가까워지면서 철규는 다시 그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입시철이 가까워 지면서 철규는 다시 그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입시 날에서 꼭 100일 전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100일 전에 이 할머니를 만났다는 생각이 났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안돼.... 그럴 수는 없어. 다급해 진 철규는

할머니를 가로막고 물었다.

"할머니, 어때요. 이번에도 떨어질 것 같아요?"

"그렇구먼"

"안돼요. 이번엔 꼭 붙어야 해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정 그렇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지."

할머니가 가르쳐준 방법은 이랬다.

오늘부터 매일 밤 산 것을 하나씩 잡아 그 피를 화장실 변기에 뿌려라.

이렇게 100번 만 피의 제사를 지내면 너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수 있다.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데 못할 게 뭐 있겠는가.

철규는 그 날부터 쥐를 잡아 화장실 변기에 피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나자 쥐들이

씨가 말았는지 눈에 뜨지를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길을 나돌아다니는

고양이와 개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기르는 동물들이 자꾸만 실종되자 주인들이 아예 묶어놓고 밖으로 내돌리지를 않았던 것이다.

어쨋든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96일, 97일, 98일, 99일..... 마침내 마지막 날 밤이 왔다. 철규는 초저녁부터

사냥감을 찾아 해맸지만 허탕만 치고 있었다,

채깍, 채깍.....

시간은 사정없이 흘러갔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12시가 된다. 그러면 끝장이다.

안돼. 그럴 수는 없어. 4수는 꿈에도 생각하기 싫었다. 아, 그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다니

철규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돌아버린 것이다. 철규는 주방으로 뛰어들어가

칼을 집어들었다.

어머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머니의 시체를 질질 끌고 철규는 화장실로 갔다.

물론 변기에 피를 뿌리기 위해서다. 그때 철규는 한가지 잊은 사실이 있다는걸 퍼뜩

깨달았다.

할머니가 피를 뿌릴 때 반드시 화장실 불을 끄라고 신신당부했던 것이다.

변기 밑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제서야 철규는 자신이

지금 무슨일이 저질렀는지 꺠닫고는 변기 속을 들여다 보았다.

아, 변기 속에는 바로 그 노파가 앉아있었다.

입가에 묻은 어머니의 피를 혀로 핥으며 노파가 말했다.

"그러길래 불을 끄라고 했잖니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