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쓴 글인데, 웃대에 복붙하려 하니까 pc화면으론 이미지가 보이는데, 모바일로는 이미지가 날아가네요.. pc로 보시길...ㅠㅠ）

CGV아트하우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 '그린 북' 입니다. 친구와 함께 보고 왔는데 참 좋은 영화라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극적인 사건 전개가 있지는 않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유머가 가득한 영화이죠.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당대 인종차별의 상황을 그리고 있음에도 기분 좋은 유머로, 때로는 진중한 태도로 그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웃고 울며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2012년도에 개봉했던 '언터쳐블 1%의 우정'이라는 영화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그 영화도 백인-흑인의 버디무비였고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란 점도 비슷하네요.

피터 패럴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우리에겐 '덤앤 더머'로 익숙한 감독이죠.

（그럭저럭 볼만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오던 감독입니다.） 참 따뜻하고도 인상적인 작품인 이 '그린 북'은 아마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꽤나 뜻 깊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 역할로 유명한 '비고 모텐슨'이 토니 립（발라롱가） 역할을 맡았으며 '마허샬라 알리'가 돈 셜리 역할을 맡았습니다. 마허샬라 알리라는 배우는 조금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 2016년 '문라이트'에서 후안 역할로 나와 그해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문라이트 역시 굉장히 좋은 작품이니 꼭 한 번 보라 권하고 싶네요.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니 거부감이 드신다면 어쩔 수 없구요.）

​

아무튼 이 명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서 영화가 이끌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마허샬라 알리가 보여주는 연기가 참 좋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계속 봤으면 하는 배우입니다. 이미 <문라이트>에서도 인상 깊었지만 참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

현재 상영 중인 영화이기에 스포일러는 제외하고 좋았던 장면들을 몇 가지 써보려고 합니다. 먼저 처음 토니와 돈이 만나는 장면을 언급해보고 싶습니다.

이 장면에서 돈 셜리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화려한 의자에 약간은 높은 위치에서 토니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케네디 홀의 꼭대기에 굉장히 호화스러운 저택에 사는 1960년대의 흑인 돈 셜리와 뉴욕 브롱스에 평범한 클럽 종업원으로 사는 백인 토니의 만남을 이러한 구도를 통해서 표현하고 있는 장면이 꽤나 재밌게 느껴집니다. 분명히 당대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둘의 위치는 다소 어색하죠. 이 장면에서 제가 느낀 것은 영화가 앞으로 다룰 내용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당대 상류층이지만 흑인으로서의 삶과 하류층 백인의 삶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를 만들 것이란 의미인 것이죠. 이후 이러한 생각은 둘의 말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에서도 나타나게 됩니다.

​

이러면서 카메라는 어느 한 명의 시점을 선택해서 밑으로 내려다 보거나 위로 올려다 보는 식의 시점을 사용하지 않고 이들의 모습을 옆에서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카메라 구도에서 영화가 돈이나 토니라는 특정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할 것이며 그 관계에 대한 영화라는 것을 단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버디무비와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리고 있으면서도, 영화음악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재즈피아니스트인 돈 셜리를 스타인웨이라는 고급 피아노로 연주하는 진중한 모던 재즈로 표현하고 있다면, 반면 클럽 종업원인 토니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스윙밴드의 유쾌한 댄스 음악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물의 성격을 대비되는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도 꽤나 눈여겨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

또한 이러한 대비되는 형식이 영화 후반부에 가면 바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사건 때문에 역전되는데（자세히 말씀드리면 스포일러가 됩니다.） 이 장면은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지 않나 싶습니다. 팁을 하나 드리자면 쇼팽 에뛰드 11번 '겨울바람'이란 곡을 한 번 들어보고 이 장면을 보면 꽤나 의미있게 다가 올 겁니다.（그냥 쇼팽의 음악 중에 이런게 있다 정도만 알고 가면 됩니다.）

​

정리하자면 자칫 잘못 다루면 무겁기만 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인종차별이란 소재를 굉장히 불편하지 않게 그 사이사이에 유머와 위트를 섞는 재치와, 인물 사이의 관계라던가 인물의 성격을 소박하지만 탁월하게 영화적 말하기로 표현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

​

제 별점은 ★★★★☆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