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소노 시온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한다

소노 시온이 감독한 영화라면 일단 줄거리가 뭔지도 안 보고 볼 정도인데

이 영화를 보고 처음 느낀건 당황이었다.

시작부터 분명 수학여행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더니 길을 헤매다가 처음 본 학교에선 처음 보는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친구랍시고 웃으며 다가오면서 묘하게 학원 청춘물 느낌이 나더니 갑자기 또 수업 시간에 문제 풀이가 틀렸다고 선생이 학생을 총으로 쏴대고 피해서 마을로 도망갔더니 이번엔 처음 보는 경찰이 주인공의 이름을 다르게 부르더니 주인공의 모습이 바뀌질 않나

정말 놀랍게도 이게 중반부 까지의 스토리 요약이다

영화를 보던 중간에 잠시 일시정지를 눌러놓고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이마를 짚게 만든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막나가는 B급 영화도 최소한의 개연성은 갖추기 마련인데 이건 대체...??

그러가다 중반부 들어서 영화에서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설마 하는 마음에 일단 참고 후반부까지 보니 역시나...

이 영화 속 등장 인물 중에는 '남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정확히는 끝나기 15분 전부터 남자 등장인물이 등장하며 주인공의 세계에 대한 비밀이 드러난다.

사실 주인공이 여태껏 살아온 세상은 게임 속이며 남자가 있는 곳이 현실이었던 것이다.

주인공이 여태껏 살기위해 계속해서 미친듯이 도망친 것들은 모두 게임 속 이벤트였다

그리고 대뜸 주인공을 보자마자 이곳엔 남자밖에 없다고 자기랑 잠자리를 같이 하자는 뜬금포 개소리를 보았을때.

갑자기 이 모든 개같은 내용이 한 방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영화 속 '남자'들에게 있어 '여자'라는 존재는 그저 게임 속 케릭터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다는 것.

주인공의 모습이 계속해서 바뀐건 그저 '케릭터 체인지'에 불과했다는 것.

여자는 자신들이 원할때면 언제든 성정 욕구를 해소시켜줄 존재라는 것.

그리고 이것이 사실은 일본의 현실을 반영한 영화라는 것.

문득 예전에 소노 시온이 인터뷰에서 일본 영화도 싫어하고,일본 문화 자체도 싫어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왠지 소노 시온 감독이라면 충분히 만들고도 남을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그랬기에 영화의 내용이 이해가 갔다.

주인공의 친구 중 한명이 "세상이 널 좀먹도록 내버려 두지 마" 라고 말하는 대사는,어쩌면 소노 시온 감독이 말하고 싶은 메세지 였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웃자에서 본 글 중에 일본 여자 아이돌이 게임 중 벌칙으로 남자 엉덩이에 코박는걸 방송으로 내보내는 글이 생각났다.방송에서 저 정도면 현실은 대체 얼마나 시궁창일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