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1 13: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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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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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딱 한 가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건 바로 '영화' 라는 영상 매체의 다양함에 대한 관대함이다
물론 누군가에겐 그저 '엽기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한 영상들을 쏟아내는 이상한 나라로 보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시아에서 호러 영화가 가장 많이 나오는' 국가라는 점에선 충분히 부러운 나라다
홈쇼핑의 시즌제 상품 마냥 그저 그런 - 어쩌다가 한 번 쯤 볼만한 물건이 나오는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건 사실이고.
그 중에서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개인적으로 소노 시온 감독과 더불어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감독이 아닌가 싶다.
'이걸 영상으로 만들 생각을 해?' 라는 말이 매번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그리고 이 영화는, 그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감당하기 어려운 장면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때 잘 나갔지만 이젠 방송국에서 쫓겨나 별 볼일 없는 가장에 '조루' 때문에 자신감을 상실한 아버지와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는 아들, 그리고 그런 아들에게 집 안에서 가정 폭력을 당하며 마약을 하는 어머니는 그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을 하면서 그 마약을 사기 위해 매춘을 하질 않나
심지어 딸은 가출을 해서 길거리에서 원조 교제를 하면서 생활하다가 우연히 자기 아빠를 만나 아빠와 관계를 가지질 않나 （...!）
（이 무슨 히토미에 나올 법한 스토리야 싶겠지만 과장 하나 보태지 않은 사실이다.심지어 이 내용이 시작하자마자 나온다）
영화는 중반부 이후부턴 아예 막 나가기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게 토막 살인을 하고 심지어 시간（屍奸） 까지 하는 걸 보면 이게 지금 제정신으로 만든 각본이 맞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중간 중간 어이없이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장면들 때문에 피터 잭슨의 <고무인간의 최후> 를 뒤틀면 이런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한 장면들은 상당한 날 것의 느낌을 전달해주는 한 편, 지하실을 넘어 지구의 멘틀까지 뚫고 추락한 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며 일본의 병폐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원조 교제, 이지메는 예전부터 일본 내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것들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들이야 차치하고, 그럼 이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단 가정의 어른들이 정신부터 차리라는 감독의 메세지가 언뜻 보였다
가장으로서의 자신감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눈 앞에서 아내가 아들에게 학대 당해도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어머니 역시 아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했고, 아들은 그런 고통을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분노로 토해낸다
자신에게 모유가 다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머니와 알고 보니 자신이 조루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아버지는
이내 자신감을 되찾는다
결국 어머니는 모정으로 자신의 가족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아버지는 외부의 적 （아들을 괴롭히던 동급생） 에게서 아들을 지켜내고, 다시 가정의 화합을 이뤄낸다
내용만 놓고 보면 정신 나간 각본에 약을 거하게 한 사발 한 듯한 연출이 보이지만, 나는 이게 미이케 다카시가 보여줄 수 있는 그만의 테이스트가 듬뿍 담긴 영화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