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의 암살 사건에는 무언가 다른 배후가 있다!

라는 음모론을 사라예보의 법무관 '레오 페퍼'의 입장에서 파헤치는 영화입니다.

감상평은... 음...

이 영화가 왜 유명하지 않은지 알 것 같습니다ㅋㅋ....

욕망과 대의, 소명과 타협, 운명과 의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주인공을 통해

거시적 흐름을 막으려 분투하는 미시적 개인을 그러내려 했던 것 같은데...

그냥... 둘 다 애매한 것 같습니다.

그럭저럭 볼만은 했는데. 영화가 드라마를 그려내는 힘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다만 근세 유럽의 목조 건축물과 가죽 구두 밑창이 부딪쳐 나오는 소리는 영화 내내 만족스러웠네요.

빈 구시가지 내부에 있던 제 숙소 안을 돌아다닐 때 났던 그 때 그 소리와 아주 똑같아서 향수가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작품이 오버랩됐던 장면이 하나 있어서 소개하고 글을 마칠게요.

현세 유튜브 댓글창에는 호이나 빅토 혹은 문명을 50시간 씩 플레이해봤다는 이유로 '히틀러는 이래서 졌다' '요제프는 이래서 졌다'라고 말하는 자칭 군사전문가들이 한 트럭 존재하지만, 좆간이 좆간인 이상 그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겠죠. 

<서부전선 이상없다>에서도 고향으로 휴가를 나온 주인공이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군사 운용에 대한 훈수를 들으며 얼탱이가 터지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보고서 딱 그 부분이 떠올라 한 번 여러분께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저 장면에 쓰인 대사들, 현재 시점에서 보기에는 웃음만 나옵니다. 그죠? 

결국 독일은 프랑스 동쪽의 참호밭을 뚫어내지 못하고 보급난에 시달리다가 멕시코한테 전보 한 번 잘못쳐서 연합군한테 싹 쓸려나갈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뭐, 시각적인 것이나 청각적인 것은 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보면서 제가 20세기 초 사라예보에 있는 줄 알았어요.

근데 플롯이나 연출은 그닥 추천해드릴 만한 것이 아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