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부터 갑자기 설거지론 인지 뭐시기 인지가 화제다

나랑은 별 관련도 없고 애초에 결혼 생각도 없는 나로서는 딱히 별 공감도 안 되는 이야기라서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 차에

예전에 봤던 이 영화가 떠올랐다

과연 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마크는 전쟁 동안 스파이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부인인 안나는 그가 돌아온 것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눈치다

심지어 그녀는 아직 어린 아들을 내버려두고 자리를 비우기 일쑤이다

어떻게든 다시 잘 해보려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생각만큼 좋아지지 않고, 그 와중에 마크는 안나와 똑같이 생긴 아들의 선생님에게 끌리게 되지만, 여전히 안나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편, 안나의 행동에 의구심만 커지던 마크는 사립 탐정을 고용하여 그녀의 뒤를 밟게 하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파국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이 영화는 정말 극도로 불친절하다

아마도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이 부인과의 이혼 직후 시나리오를 쓴 탓일까?

묘하게 자기 아내에 대한 분노가 스며든 느낌도 든다

단순하게만 놓고 보면 부부 관계라는 것이 때로는 좋을 때도 있고, 때로는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은 상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가 부부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감독은 그걸 쉽게 말해줄 생각은 없었나 보다

안나가 바람을 피우던 존재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에로 동인지에 나올법한 설정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혹시 모르지. 감독의 아내가 누군가와 바람을 피웠고, 감독 입장에선 그 상대방이 괴물 같은 존재로 보였을지도

영화 내에서 마크는 안나를 이해하기 위해 참 무던히도 노력을 한다.그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물론 안나 역시도 자신이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도 하지만 그녀의 신은 그저 십자가에 매달려 눈을 감은 채 눈 앞의 그녀를 외면할 뿐이니.

그래도 영화는 한 번 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악명 높은 이자벨 아자니의 지하철 씬 연기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영화였다.살면서 처음으로 보던 도중 영화를 꺼버린 경험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으니까

나에겐 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 과 동급의 영화였다

p.s 박찬욱 감독이 <박쥐> 촬영 때 김옥빈에게 참고하라고 추천해준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더라. 박찬욱 감독에게 이 영화는 대체 어떤 영화였을까?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