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잠시 포스터를 지긋이 관찰해보자

한 눈에 보기에도 아직 어려 보이는 소년, 그리고 그가 움직일 수 없도록 목과 머리를 움켜쥔 손, 그리고 겨누어진 권총

이들은 누구일까?대체 왜 이 소년에게 이런 가혹한 짓을 벌이는 걸까?

하지만 소년은 마치 모든 걸 체념한 듯 하면서도 입가에는 분노와 괴로움이 가득하다

1940년대 말, 2차 세계대전의 패전이 짙어진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관료 4명 （의장,공작,성직자,판사） 이 비밀리에 서약을 한다

그들은 근교의 저택을 사고 마을의 어린 소년, 소녀들을 자신의 사병들을 이용해 강제로 납치해 온 후 자신들의 위험한 욕망을 채운다...라는 내용인데

이 영화의 악명이야 뭐.... 너무 유명해서 다들 알지 않을까 싶다

모른다고? 그럼 몰라도 된다.아니,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사실 자극적인 장면들을 어느 정도 걷어내고 나면 감독이 의도하고자 했던 것들이 충분히 잘 반영된 영화라고 생각된다

파시즘을 대변하는 권력자들은 소년 소녀들로 대변되는 국민들의 혈을 빨아먹는 것도 모자라 그들에게 배설물을 먹이고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며 또한 권력자에게 억지로 충성하게 만든다

결국 그들은 철저하게 노리개가 되어 대단하신 윗분들의 장난감이 되다가 결국 끔찍하게 살해 당할 뿐이다

영화 속 장면처럼 그들의 죽음은 고위층에게 그저 먼 곳에서 쌍안경으로 지켜보는 하나의 유희일 뿐이다

인권이 강화된 지금이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전쟁과 파시즘이라는 이 특수한 상황에서 인권은 옆집 개만도 못한 허상에 불과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너무 궁금했다.도대체 감독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1968년, 유럽을 휩쓸었던 68운동은 나치 관련 인물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음으로서 일어났다

（내 뇌피셜이긴 하지만） 어쩌면 감독은, 파시즘을 지독히도 증오했던 파졸리니 감독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파시즘의 위험성과 그 민낯을 보여주기 위한 가장 극단적인 충격 요법을 선택했던 것이 아닐까?

단순히 '20세기 가장 역겨운 영화' 라고 치부하기엔 조금 아까우면서도 그렇다고 추천을 해주기엔 너무나 위험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