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스 내내 키사키는 선생을 그 누구보다도 신뢰했다.

군주로서의 입장을 항상 신경써야 하는 부하들과는 다르게, 외부인이자 손님인 선생은 오히려 그런 점에서 허물 없이 대할 수 있었다.

군주로서의 고충과 속마음을 믿고 터놓을 수 있는 사이. 키사키는 산해경의 누군가가 반기를 드는 일은 받아들이고 대처하면서도, 선생이 본인의 반대편에 설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 키사키가 단 한 번, 느낌표까지 띄우며 당황하는 순간.

카이가 선생에게 나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지 묻자 그렇다며 즉답하는 선생.

설마, 하지만 혹시, 어쩌면...? 선생이 갑자기 카이 편으로 넘어가는 건 아닐까?

선생이 카이 편을 든다 한들 그걸 억지로 막을 수도 없다.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선생이 카이 편을 들어준다면 카이를 이길 수도 없다.

키사키는 그저 선생을 애타게 부를 뿐, 칼자루는 선생에게 달려 있다. 아 너무 맛있다

그러나 예상했듯이 선생은 '모든 학생'을 똑같이 대하겠다는 정론을 펼친다.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겠구나, 안도함과 동시에, 카이도 나도 똑같은 학생이라면, 선생과의 관계는 그 이상을 넘어가지는 못하겠구나, 그런 아쉬움을 느낀 건 아니었을까?

나에게는 속마음을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벗인데, 선생에게는 많은 학생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느낀 건 아니었을까?

키사키가 메모리얼에서 능청스럽게 선생을 유혹하는 것도 같은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본 것 아닐까

샬레에서 단둘이 인연을 쌓아올리고 재도전해보지만 선생은 카이 때와 같은 대답을 한다

그 대답을 듣고 키사키가 곧장 차선책을 택하는 건, 키사키의 상황판단이 원래 빠른 것도 있겠지만 이미 결과를 짐작했던 것도 있지 않았을까

에둘러한 대답으로 둘 사이의 선은 정해졌지만 그럼에도 둘만의 추억인 교복 착샷을 주고받으며 인연스는 마무리.

일부러 스포 최대한 안 보고 아껴봤는데 키사키 진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