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외, "영화로 읽기, 영화로 쓰기"라는 교양대학 강의 서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로 글쓰기 분야에 흥미가 생겨 국어교육쪽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입니다.
도비는 노예예요!...

여튼,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영화와 글쓰기의 관계에 관한 짤막하지만 강렬한 설명이 있습니다.

영화의 시선, 음악, 이야기 등이 빠른 편집과 함께 넘어가기 때문에 장면 하나하나를 다시 되짚어 보는 데 있어선
글이라는 매체가 적합하다는 뉘앙스의 설명이었습니다.
（원문을 제가 보면서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충 제가 이해하기론 이렇습니다.）

저는 항상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정성일 평론가가 널리 퍼뜨린 영화를 사랑하는 법 3가지에는
꼭 영화에 대한 글쓰기가 거론됩니다.

그러나 왜 영화에 대해 글을 써야하는가?
왜 우리는 누군가 시킨적도 없는, 방학숙제로 독후감을 내면 질색을 하면서도
영화는 감상평을 남기고 싶어하는가.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는 왜 글로 이야기하려 하는가?

항상 궁금했습니다.

영화가 무엇이길래 왜 우리는 글을 쓸까요.
이걸 설명하기 위해 혹자는 질 들뢰즈의 서적 -시네마1 등-을 거론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벨바그 시대의 평론을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앙드레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를 얘기할 수도 있겠죠.
（저는 전공자가 아니기에 읽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간단하게 영화가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결론짓곤 합니다.
영화가 주목하는 시선-인물이나 사건-에는 선택이 존재합니다. 카메라의 시선이 곧 감독의 시선일 수도 있지만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우리 모두가 비춰진 대상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를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이미지는 또 어떤가요. 평론가들은 그 많은 이미지를 어떻게 단번에 파악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같은 단순한 감상자의 입장으로서는 영화를 다섯번은 봐야 알아차리는 것도 있고, 수십번을 봐도 모르는 것들을
타인의 감상에서 찾곤 합니다.

음악은 어떻고, 이야기는 어떻고, 인물의 성격은 어떻고. 모든것은 창작자의 선택일 수도 있지만
감상자의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들을 단번에 파악하는 천재들도 분명 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아닙니다. 남들이 훌륭하다/하지 않다라고
평가하는 작품들도 사실 그 기준이 어디있는지 저로서는 알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어떤 작품은 주목을 받고, 어떤 작품은
가루가 되도록 까이지만 제가 그 작품들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이라면 과연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훌륭하고
이 영화는 나빠라고 판단 할 수 있었을까? 하면 사실 좀 의문이 남기 마련입니다.

그런 고민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내가 보기에 좋다 나쁘다도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 이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글을 쓰는 행위가 아닐까 합니디. 말하자면 흐릿한 감상에 채도를 높이는 작업이라 할까요.

글을 쓰는 도중에 의문을 해결할 때도 있고, 새로운 발견을 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고레에다 감독에 대한 조금 긴 글을 써 본
이후로 그의 영화를 한 층 더 좋아하게 된 것 처럼, 글 쓰는 행위는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의문점을 해결하는
작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또한 묻습니다. 여러분은 왜 영화에 관한 글을 쓰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