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영화 팬들에게 '샘 레이미' 감독의 대표작을 물어보면 아마도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영화도 재미있게 잘 만든 영화이긴 하지만, 나 같은 호러 영화 팬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 십중팔구 <이블 데드>를 말하지 않을까 싶다

샘 레이미라는 이름을 알렸고, 그가 호러 영화계에서 천재라고 소문날 수 있게 해준 불세출의 데뷔작

그런 영화가 리메이크가 된다니 역시나 처음엔 불안감부터 들었다

（그놈의 빌어먹을 <나이트메어> 리메이크만 아니어도 내가 리메이크 소식 들을 때마다 불안하거나 기대를 안 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CG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러 영화에서 CG를 쓰는 걸 그 무엇보다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것 하나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산점을 받아 마땅하다

（허접한 CG가 영화를 어떻게 말아 먹는지 보고 싶다면 존 카펜터 감독의 82년작 <괴물>의 프리퀄인 <더 씽>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원작의 명대사인 "Join us!" 가 빠진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악령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과격하고 잔혹한 행동들은 원작보다 훨씬 더 사악한 악령의 면모를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포' 라는 측면에선 원작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다.잔인한 건 잔인한 거고, 공포는 그와는 조금 다른 거니까

기묘한 기괴함과 음산함은 원작이 조금 더 좋았다

그리고 뭣보다 악령과의 후반부 사투씬은...겉보기엔 분명 처절한데 너무 힘이 빠진 느낌이랄까

실체가 없을 땐 빙의로 주인공들을 온갖 방법으로 괴롭히던 악령이 갑자기 육체가 생기니 그냥 힘만 오질라게 쎈 괴물이 되버려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이만하면 충분히 볼만하고 재미있는 영화 아닐까

p.s 이 영화가 피터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를 제치고 '가짜 피를 가장 많이 쓴 영화' 로 기네스 북에 올랐다

<데드 얼라이브>가 3천 리터였는데 이 영화는 26만 4987리터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