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한국에서 공포 영화가 첫 르네상스를 맞이했을 때, 옆 나라 일본의 극장가는 '로망 포르노' 가 유행이었다

（자극적인 장르명이긴 하지만 그냥 극장용 에로 영화다）

쇠퇴해 가는 일본 영화계가 다시 한 번 그때의 부흥을 일으키기 위해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이 영화는 이 프로젝트의 2부에 해당하는 영화라고 한다

성공한 소설가이자 예술가인 쿄코. 그녀는 늘 여성의 진정한 자유에 대해서 고민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을 동경하는 매니저 노리코에게 가혹한 짓을 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고교생이었던 자신이 포르노에 출연하는 환상을 보게 되고, 이는 곧 어릴 적의 트라우마와 맞물려 끔찍한 악몽이 되어간다

'포르노를 반대하는 포르노' 를 당당히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에 내놓는 감독은 아마도 소노 시온 감독이 아니면 정말 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한 편, 끊임없이 갈라지고 무너지는 두 세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고 있었다

하나는 예술가로서의 쿄코,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의 쿄코

기본적으로 영화는 상당히 난해하다. 극 중 극이긴 하나 기본적인 서사 구조를 완전히 무너트리고 있는데다, 영화의 첫 시작의 배경인 쿄코의 방은 강렬한 색감으로 인해 마치 딴 세상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계속하는 질문하는, 그리고 이 영화의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여성성' 이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페미니즘과 관련이 있는 영화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정확히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사회에서 바라보는 여성 - 처녀 혹은 창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매춘부가 될 준비가 됐어?' 라고 묻는데, 이 질문은 일본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것이다

"나의 몸은 포르노가 아니다. 그러니 어서 포르노로 만들어 달라" 라고 말하는 쿄코의 외침이 가장 강력한 근거이다

그것이 영화 속에서 말하는 '일본 사회가 여성에게 바라는 모습' 중의 하나이니까

스스로 처녀도 매춘부도 될 수 없다고 하거나, 자신의 생일임을 말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과 생일을 자축조차 하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반영이 아닐까 싶었다

p.s 이 영화를 처음 본게 대략 4년 전, 그리고 재감상을 한 것이 약 3달 전이었는데 국내에 소노 시온 감독의 성접대 요구 폭로 기사가 뜬 것이 4월 달이었다.

창작자와 창작물을 분리해서 봐야하나... 싶다가도 그가 평소 인터뷰와 영화를 통해 말한 메세지를 생각해보면 그의 행동은 의혹이라고는 해도 나로선 납득하기 너무 어려운 것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 영화를 끝으로 내가 그의 영화를 다시 좋아할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