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5년 전 쯤 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공포 영화 커뮤니티에선 한참 일본산 호러 영화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곤 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건 제목부터 너무나 낯선 영화였다

당시 한참 호러 영화에 목말라 있던 나는 과감히 감상을 하기로 했고, 영화를 다 본 직후의 내 감상은 'x발 내가 뭘 본거지' 였다

（최악이라서, 가 아니라 정말로 너무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세상에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 싶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시간이 한참 흐르고 이 영화를 다시 봤을 때, 그 당시 느낀 감정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고등학생이자 천재 소년 에지는 쾌락을 고통으로 바꾸는 약물을 만들어 낸다.

그는 약의 효능 검증을 위해 의사인 자신의 어머니 몰래 그녀가 담당한 임상 실험자 3명이 투약 받을 약병에 자신이 만든 약을 몰래 넣는다

서로 친구인 여성 3명은 이후 점점 자신의 몸에 끔찍한 자해를 하면서도 그것을 쾌락으로 느낀다... 라는 내용인데

그냥 극한의 SM 영화 아닌가, 싶은 내용이긴 하지만 의외로 영화의 분위기는 정말 차분하고 진지하다

（요새 나오는 일본 호러 영화는 대부분 B급 영화들이라 나사를 빼고 봐야 하지만, 적어도 그 당시는 아니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무언가 결여된 사람들이다

한 명은 먹는 것이 행복이며, 또 한 명은 자신을 치장하는 것이 행복이며, 또 한 명은.......

이런 상황에서 고통이 쾌락으로 변한다면, 그 누가 고통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고통' 은 생존과 직결되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항상 좀 더 편안한 것, 안전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이 지금의 문명을 이룩했다면, 이와 반대되는 고통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성장 시키고 또 안전과 평안에 대한 욕구를 부추기는' 신호 라고 하는 건 억지는 아니지 않을까

영화의 외적인 부분으로 돌아가서, 일단 고어씬의 수위는 허접한 영화들과 비교를 거부한다

제일 유명한 장면이 자신의 손가락을 기름에 튀긴 다음 씹어 먹는 장면들을 꼽던데.... 난 그것보단 스스로 xx를 적출해서 우적우적 먹는 장면이 더 소름 돋았다

그 외에도 고어 영화치고는 은유적인 장면들이 많아서 - 특히 에지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 생각보다는 영화를 보면서 하나 하나 해석하는 재미가 있었다 （?）

그래도 굳이... 재감상을 하고 싶지는 않은 영화였다. 이런 영화는 2번 본 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