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어느 가족'을 포함하여
여러 전작들의 가족들을 두고 이 가족은 어때?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어? 라고
꾸준하게 관객들에게 물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시 한 번 자신의 고민들을 정리하여 영화로 내놓습니다.
물리적으로 아이를 낳았다고 하여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유대를 긍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남자는 아버지가 된다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가족에 비해서
훨씬 행복한 밑바닥 인생의 가족들이 있는데,
이것은 왜 가족이 아닌가 하는 물음으로
법과 인간의 선의는 일치하지 않고,
가족제도의 불완전성에 대해 전방위적인 비판을 가한
'어느 가족'.
두 작품에 이어 찾아온 영화 '브로커'는
두 작품에 비해서는 만듦새가 썩 빼어나지 않습니다.
일본어 대사를 그대로 번역한 듯한 어색한 대사들,
꼭 있어야 했나?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다소 작위적인 인물들.
하지만 여러 작품들을 거치면서
깊어진 고레에다 감독의 고민이 잘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
"어머니는 낳는 즉시 어머니지만 아버지는 아버지가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라는 인터뷰에 누군가가
"어머니 또한 낳는 즉시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며 비판을 하였고, 이에 대한 감독 스스로의 고민이 묻어나옵니다.
기본적으로,
전작과 비교하여 영화에서 중요한 상징은 '차창'입니다.
법과 질서를 따르며 브로커들을 잡으려는 경찰들은
차 밖으로 나올 수 없기에 차 문을 열지 않고,
최소한으로 차창을 열어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해결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 중 하나인,
수진이 두 손가락만 내밀고 차창에 붙은 꽃잎을 끌어 오던 장면은
이러한 상태를 잘 나타냅니다.
하지만 법과 질서의 외부에서,
선의로 맺어진 유사 가족은
상식적으로는 차창을 열면 안되는 세차장에서 차창을 열고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한껏 맞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이 차이에서 감독은
당신들은 이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인정할 수 있나요?
혹은, 다른 말로
당신들은 이 차의 창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인가요? 라고 말합니다.
사회적인 경계선 밖에 있는, 심지어 범죄자인 타자들에게
가족애를 느끼고 이입함으로써
이러한 가족의 형태도 인정할 수 있겠냐면서 넌지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지점에서 '어느 가족'과의 공통점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중후반부에 소영이 어둠 속에서 넌지시 말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은
'그렇게 어머니가 된다'라는 순간에 부합하는 구절입니다.
'내가 너를 낳은 것이 아니라 네가 내게 와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너의 생애 모든 순간 나는 너를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 때 어머니는 진정으로 어머니가 되는 것이라고.
그렇게 선언하는 장면입니다.
이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여자 버전으로서
감독이 했던 고민과 무관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런 지점들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방향성을 갖는 작품으로서는
좋았던 점이 여럿 부각됐던 작품입니다.
동시에, 감상하는 입장에서 알 수는 없지만
'한국 영화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거나, 너무 어렵게 생각했거나'
라는 아쉬움이 여럿 남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4
1,229
리즈와파랑새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