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했던 "실종"이 한국에서 정식 개봉을 했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바랍니다.

신인감독으로,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 "마더"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는 가타야마 감독은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탁구 치러 가지 않을래?"라는 말을 남기고 느닷없이 사라진 아빠를 찾는 딸'카에데'는 아빠가 일하는 곳에서 아빠의 이름을 쓰는 수배범과 마주치게 됩니다. '카에데'가 수상한 그 남자를 쫓아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요.

익숙한 스릴러 장르지만, "실종"은 선과 악 사이의 인간을 탐구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죽고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꼬드겨 죽이고 거기에서 변태적 쾌감을 얻는 살인범과, 끝내 윤리적인 선택을 이끌어내는 카에데의 모습 사이에는 카에데의 아버지 '사토시'가 놓여있습니다.

"실종"의 본래 제목은 さがす（찾다）입니다. 실종과는 조금 다른 어감인데, 저는 서술어로 나타나는 さがす에 이 영화가 더 잘 담긴다（혹은 서술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려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의 처음, 카에데가 달리는 장면부터 시작되는데 이 영화는 이렇듯 계속 동적으로 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또한 찾는다는 것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모티브이며, 범인을 찾는 것이지만 누구를 찾고 있는가?에 대한 혼란과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영화 시작에 한 인물이 알 수 없는 표정과 행동을 하며 등장하는 것이 후반부의 이야기와 연관을 맺는 점에서 그렇고 한편으론 마지막에 살인을 저지르는 구도에서 비슷해보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시"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결국 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결말 부분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실종" 영화에는 독특한 유머가 포진되어 있습니다. 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좀 환기시키기도 함과 동시에 비극성이 한층 강조되는 무기이기도 하지요.

"실종"은 무시무시한 스릴러로서의 장르적 즐거움과, 선과 악으로 단정짓기 어려운 인간과 생명에 관해 질문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런 영화가 대부분의 극장엔 걸리지도 않은 채 조용히 지나가야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경쟁작들이 너무 쟁쟁한 탓도 있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