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영화를 볼 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아마 '이 영화가 얼마나 장르에 충실한 재미를 주는가' 일 것이다

액션이라면 숨 쉴 틈 없이 펑펑 터지는 짜릿함을, 로맨틱 코미디라면 세상 스윗한 다정함을

코미디라면 눈물 나게 빵빵 웃기는 그런 것들

호러 영화라면? 당연히 등골에 소름이 돋는 무서움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오히려 그런 관객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신' 하며, 또 그럼으로서 완성된다

전세계에 퍼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세상.

시작하자마자 바이러스로 인해 죽어가는 버드를 그의 사위인 폴과 손자 트래비스가 화장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낯선 사람들을 피해 외딴 숲 속에서 지내는 한 가족. 그러던 어느 밤, 한 남자가 그들의 집에 침입한다

물을 구하기 위해서 들어온 것이며 빈 집 인줄 알았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고 말하는 남자

폴은 동병상련을 느껴서일까, 그의 가족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이후 이들의 동거는 점점 거대한 파국으로 몰아치게 된다

사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인데 （불호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상당히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어둠 속에 무언가 존재한다, 라는 걸 암시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사실 이건 감독이 만들어 놓은 '함정'이다. 어둠 속에 다른 무언가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인간만이 존재할 뿐이고, 또 이것이 이 영화 속 가장 무서운 존재들이다

재앙급의 전염병이 퍼진 세상에서 사람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상당히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슬로우 번 호러의 명가 제작사인 A24의 영화 답게 영화의 템포는 매우 천천히 흘러가지만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불신이 꿈틀거리는 그 순간의 포착을 놓치지 않고 있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바로 집 안에 등장하는 붉은 색 문인데 （위 포스터에도 나온 문이다）

붉은색은 보통 경고 / 정지를 의미한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저 문은 집 바깥으로의 유일한 통로이면서 동시에 이 가족이 타인에게 얼마나 배타적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래비스는 타인에게 매우 친절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어떠한 엔딩을 맞이하는지, 그리고 그 엔딩이 또 어떤 비극의 시작이 될 지는 영화를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