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명실공히 호러 영화의 명가 제작사가 된 블룸 하우스

그리고 굵직한 연출작으로 입지를 다진 스콧 데릭슨 감독이 만나게 된다면, 그래도 기본 이상은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지어 스콧 데릭슨 감독의 데뷔작도 <헬레이저 5> 이다.그나마 비디오용으로 나오기 시작한 4편 이후의 헬레이저 시리즈 중에선 제일 준수한 영화이다）

1978년의 미국

마을에서 아동 연쇄 납치 사건이 벌어진다. 하지만 일명 그레버 라고 불리는 범인이 누구인지 그 단서조차 못 잡고 있는 상황

그러던 어느 날, 평범한 소년 피니의 친구들이 하나 둘 실종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피니에게도 검은 마수가 뻗쳐온다

감금된 방 안에는 전화선이 끊어진 검은 전화기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진 상황

그런데 그레버가 없을 때, 갑자기 전화기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전화를 건 것은 이미 죽은 친구들의 영혼

이제 피니는 죽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해야 한다

라는 것이 내용인데...

일단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기본 토대는 '성장극' 이다

<사탄의 베이비시터>가 좀 더 유쾌하며 가벼운 느낌의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조금 더 무겁고 진지했다

다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상징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왜 78년의 미국인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긴 하지만, 이 시기는 베트남 전쟁이 끝난 이후 냉전 시대가 끝나기 전까지, 미국이 차츰 국력을 회복하던 시기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이 영화의 어른들은 하나 같이 무능하거나, 폭력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피니와 그웬의 아버지는 폭력적인 체벌을 서슴치 않으며, 그웬를 만나러 오기 위해 학교로 찾아온 형사들은 그레버에 대한 단서도 못 잡으면서 그웬의 이야기에는 제대로 귀도 기울이지 않는 무능력한 인간들이다

여기서 묘하게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베트남 전쟁이라는 것이 이 어린 신세대들과는 완전하게 무관한 일 아닌가

그럼에도 그 영향은 고스란히 어린 세대가 떠안는 것이 사실이고.

피니를 돕는 것이 이미 죽은 친구들의 영혼이라는 점도 그런 부분에서 한몫 하는 느낌이었다

다만, 너무 아쉬운 건 에단 호크의 영화 속 비중이 생각보다 작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 속 그레버는 아이들을 납치하고,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걸리길 기다리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적극적인 게 아니라 아이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파수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조금 더 싸이코 같은 빌런의 면모를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공포 영화의 탈을 쓰고는 있다만.... 왜 굳이 그 부분이 점프 스케어, 그것도 죽은 친구들의 영혼이 나타날 때여야 하는지도 좀 의문이다

도와주려는 애들이 나타나서 놀래키는 것도 뭔가 좀 이상하잖아....

여러모로 공포 영화로서는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

（적어도 블룸 하우스 최대의 망작 <트루스 오어 데어> 보다는 나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