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상세후기:

이 영화는 한마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조적인 자서전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오랫동안 자신의 이상을 쫓으면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또다른 세계를 애니메이션이라는 방법으로 만들어왔다

현실이 자신의 작품들로 인하여 조금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졌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느 순간부터 그 희망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그가 만든 세계는 현실 세계에 부작용을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모순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뜻으로 만든 작품은 어느새 오타쿠들의 현실 도피처가 되어버렸고

과도한 상업화와 자연파괴를 경계하던 그의 작품들은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렸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자던 그의 작품들은

자연을 마음대로 가져와 의도에 맞게 왜곡해 만든 것이였다.

하야오 감독은 지난 작품 바람이 분다에서부터 이미 자조적인 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더 본격적으로 과장을 보태자면 자기혐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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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이세계의 절대자로 등장하는 큰할아버지는 동업자 타카하타 이사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지만, 분명히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의 모습을 많이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려 했던 큰할아버지는 결국 실패한다.

이상 속의 세계라고는 해도 결국 현실이 반영되지 않을 수는 없다.

큰할아버지가 선의로 가져온 펠리컨과 앵무새들은 세계의 법칙으로 인해 왜곡되고, 통제를 벗어나 약육강식으로 적응해 진화해 괴물이 되어버린다. 

이 대목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동안의 작품들이 생각났다. 하야오 감독 본인은 자연과의 공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항상 주장해왔지만, 어찌보면 이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도 자연물들을 가져와 마음대로 왜곡해왔다고도 할 수 있고, 본인이 그렇게 느낀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연출이였다.

늙고 노쇠한 큰할아버지는 더이상 자신이 만든 세계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창조자보다 세계가 더 커져버린 것이다.

마치 더이상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보다 더 큰,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린 본인의 애니메이션들과 지브리 스튜디오 같이...

그리고 모든 세계의 평화와 균형을 맞추고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해 이세계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며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과는 직접 마주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작품의 뒤에 숨어버린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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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다시 앞서 이야기한 현실의 도피처 이야기로 이어진다.

나츠코는 출산이라는 미래의 두려움을 두고 이세계로 도망치고, 

마히토는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재혼 등 변화한 현실로부터 도망친다

그리고 이렇게 도망친 이들을 연결짓는 것은 과거의 망령, 히미이다.

히미는 사망한 히사코의 과거 모습으로, 마히토와 나츠코 모두 히미, 즉 과거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아무리 보아도 여러가지 이유들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과거 지브리의 전형적인 인물상들에서 벗어난 듯한 마히토와 카츠코, 그리고 전형적인 과거 지브리 작품들의 주인공의 특성들을 지닌 듯한 히미의 대비는 이렇듯 작품을 이용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 과거에 얽매이는 이들이라는 것을 더욱 강조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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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를 찾아 이상적인 세계를 만드는 일을 맡기려는 것에 집착하던 큰할아버지

여기에서는 지브리, 그리고 관객들이 집착하는 하야오 본인의 후계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연상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큰할아버지는 무엇인가를 깨달은듯 후계자를 찾는 것을 그만둔다.

이 대목에서 "악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작품 내적으로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절대자, 외적으로는 창작자의 근본적인 딜레마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작자는 그것이 무엇이던간에 자신의 의도에 맞게, 틀에 맞추어야만한다. 이것이 선의인지, 악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하나의 대상을 나의 의도에 맞게 왜곡하는 것 자체가 이미 악의라는 것이다.

즉, 하야오는 자신의 작품들은 자기모순에 빠져버린,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세계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이후 이세계는 그 자신의 모순성으로 인해 뒤흔들리고, 이세계에서 탄생한 존재로 인하여 스스로 붕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을 원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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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제목은 질문이 아니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던지는 일침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본인과 본인의 창작 세계를 스스로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 보호와 평화를 바랬으면서도 직접 나서지 못하고 작품의 뒤로 숨어버린 자신을, 

자연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연물을 왜곡해버린 모순된 작품과

적자라는 현실에 가로막혀 상업화를 추구하게된 지브리 스튜디오를

신격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과, 자신의 실패한 작품 세계를 뒤로 하길 원한다.

자신의 작품 세계에 숨어 현실을 피하려는 이들에게

불가능한 꿈의 초인과도 같은 후계자를 찾아 자신의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세계, 그들의 도피처를 유지하려 시도하지말고, 

도피쳐를 나가 현실을 직시하며, 이상적인 세계에서 해결법을 찾지 말고 현실에서 직접 해결법을 찾으며 적극적으로 사는 것을 원한다.

또한 그는 후대의 창작자들에게 말한다

마치 존재는 사라졌고, 점차 잊혀질 이세계의 유산인, 마히토의 돌과 같이

지브리의 작품과 세계관에 갇혀 살지 말고

그 영향력만을 가지고 스스로의 창작을 하라고.

영화 말미, 마히토는 히미와 이별하기 직전 미래에 불에 타죽을 것이라며 원래 시간선으로 돌아가려는 히미를 말린다.

그러나 히미는 그것을 긍정하며, 미래에 마히토를 낳는 것은 멋진 일일것이라며 희망차게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햐야오 감독은 우리가 히미처럼, 작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그 끝이 아름답지 못하더라도 현실이라는 작품을 즐기며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까?

한줄평: [실패한 세계의 창조주가 후대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가르침]

평점: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