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기운에 울적해서 써보네요...웃긴 글이 아니라 죄송합니다.그냥 지금은 마음속에 있는 감정들을

꺼내고 싶어서요.저 혼자 그러는거니까,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어릴 적에 나는 꽤나 남 부럽지 않은 가정에 살았었다.공무원인 아버지,그리고 주부인 어머니 형 나.

주말에 가족들이랑 삼겹살을 먹으면 그렇게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아빠 암내나는 겨드랑이에 누워

같이 불을끄고 WWE스맥다운 레슬링을 보고있으면 정말 그때만치 재밌었던 순간도 없었다.형과 잠자리를

잡으며,요요를 하면서..난 그 시절이 너무나 행복했다.그런데...안 좋은 일은 항상 갑자기 찾아오나보다.

아빠는 빚이 있었던 것이다.가족들 몰래..도박을 하면서..불륜을 저지르며...어마어마한 빚이 그대로

집 압류로 돌아왔다.내가 형이랑 일요일 아침에 피파 2000을 했던 제일 좋아했던 컴퓨터도...장롱,TV며

그냥 싸그리 다 압류처분 되었다.그리고 그 와중에 아버지는 뇌물 수수로 구속...그 평생직장이라는

공무원에서...잘렸다.우리는 졸지에 길바닥에 앉게되는 신세가 되었다.아버지를 저주했다.쓰레기라고.

내가 아빠가 되면 너같이 살지 않을거라고.9살짜리 꼬마가 그렇게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큰집에서 마련해 준집은 예전 집만큼 좋지는 않았지만,그래도 살만은 했다.그리고

이제는 이 집에서 평생 살 수 있을것같았다.어느 날 우리집 앞으로 날라온 편지 한장.그것은 또

압류서였다.아버지의 빚은 상상도 할 수 만큼 엄청났던것이다.지금에 와서야 들은 이야기지만

그 때 당시 아버지가 도박을 할때의 판돈은 500만원이 한판에 왔다 갔다 할정도였다고 한다.

어릴때라 500만원이 얼마나 큰건지 체감을 잘 못했겠지만,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진짜 한 가장으로서

어떻게 그럴수가있는지 생각이든다.공무원으로서...아빠로서...어떻게 그런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걸까...불쌍한 우리 엄마...우리 엄마는 아빠가 첫 만남에 첫 남자친구였다는데....ㅎㅎ

나를 낳으실때도 우리 엄마는 혼자 만삭이 된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셔서 나를 출산하셨다고 한다.

이 역시 나중에서야 들은 이야기다.가장이 없어져 수입원이 없어진 우리는 주부셨던 어머니가

결국 회사를 다니시게 되었다.어떤 회사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어려서 기억도 잘 안나고,

여쭤본것 같지도 않다.생각나는건 아침 6시부터 출근하셔서 오후7시쯤에야 돌아오신다는것.

집안 형편때문에 학원도 다닌적이 한번도 없고,컴퓨터도 없던 나에게 학교가 끝나고 할 것은

그냥 가만히 엄마를 기다리는 것이었다.TV로 영화를 보며.책을 보며.그림을 그리며.

그러다가 엄마한테 천원 꽁돈이라도 받게되면,다음날은 pc방에 가는것이다.ㅎㅎㅎ또래 아이들은

학원이다 과외다 해서 결국 pc방에 가는것도 나 혼자였지만,그래도 행복했다.그 시간만큼은.

2004년 크리스마스때 형이랑 나를 pc방에 보내셨다.4천원을 주시고는...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를

보며 물어보셨다.

"무슨 게임 했니?"

"총 쏘는 게임요."

난 그 크리스마스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어떤 자리에 앉아서,어떤 게임을 했는지 어떤 피시방을 갔는지

다 생생히 기억이 난다.자식을 pc방에 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정말 찢어졌을 것이다....

너무나 가슴아픈 기억이다.아빠는 출소해서 강원도로 가셨다고 하는데,몇해 전까진 연락이 되다가

이젠 연락마저 끊겼다.내 어릴 적 나를 보면 나는 내가 너무나 불쌍하다.내 자식에게 만큼은

정말 좋은 아빠가 되고싶다...






아빠...도대체 왜 그러셨어요...무슨 생각으로...?우리 가족 평범하게 남들처럼 잘 살 수 있었잖아요..

미안하지도 않으신가요...?자식들이 보고싶지도,죄책감이 느껴지지도 않는건가요 전 저의

어린 시절을 잃었어요...제 행복을 앗아가버리셨어요...지금도요.쉽게 잊혀지지가 않네요.

사과라도 해 주셨음 좋았잖아요.그 때의 어린나에게..그랬다면 지금처럼 내가 미워하지 않았을텐데..

내가 기억나는 아빠의 모습도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제 연락처를 아시면서도 연락 한번 하는게

그렇게 힘든가요?어느새 훌쩍 커버린 제 모습이 보고싶지 않으세요?전 아빠를 그렇게 미워하고 증오해도

그래도 아빠가 보고싶은데...아빠도 말은 안하시는거겠지만 저 보고싶은거 맞죠? 표현만 못하시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