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콩알이는 미친듯이 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전부 오늘 꼭 와야 된다, 보고싶다 등등의...



학교를 마칠 때 즈음이 되니 민정이가 병철이와 먼저만나기로 했따며 스머프근처의 밥집으로 오라고 하여,

우리 학교는 학교 특성상 다른 학교보다 보충수업이 많고 야자가 있었기에 난 보충수업이 끝나고

야자를 째고 교복을 입고 바로 갔다.



나 - 어, 니는 왜 교복입고 있노?

민정 - 임마가 학교 앞에 찾아왔더라.

나 - 맞나, 근데 병철이 동고라메? 니네는 야자 안하나?

병철 - 민정이 누나 보고 싶어서 다 쨌다. 아픈척 하고.

나 - 그동안 어떻게 참았노

민정 - 내 말이. 어제 잠도 못잤다. 계속 문자질 해서.



우리는 그렇게 밥을먹고 스머프로 향했다.

시간이 좀 늦어서 그런지 스머프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병철이는 익숙하게 우리를 폭스자리로 안내했고, 교복을 입고 있었던 지라 음료수를 잔뜩 가지고 왔다.

곧이어 병철이 친구들, 눈에 익은 몇명이 왔고 우리와 합석을 했다.

한참을 얘기를 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우리쪽을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참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부끄럽기도 하군...

당시 민정이와 나는 스머프에서 좀 많이 유명했다. 춤을 잘춰서라기보다는...

아니, 차라리 춤을 잘춰서 그렇다는 이유가 제일 낫겠군.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것이,, 님들 맘껏 웃으셔도 됨.



당시에 민정이와 나는 춤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나름 노래에 안무를 짜서 추기도 했음.

우리가 스머프에서 얼굴을 알리게 된 계기는 '매가패스'라는 춤 때문이었음.

다른 곳은 모르겠다만 스머프에서 그 노래에 그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은 없었음.




아... 좀 많이 부끄럽군....

맘껏 웃고 계심?




하여튼,

때문에 그 이후로 우리가 춤을 출때면 사람들은 곧잘 따라했고, 남자애들이 대쉬를 하고는 했었음.

그리고 병철이네 애들은 스테이지에서 춤을 정말 잘추는 애들만 올라가는 어퍼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여자애들은 항상 그 아이들을 연예인처럼 보기도 했음.



아무튼,

부끄러운 과거가 속속히 드러날테니 부끄러워 하지 않겠음.

그냥 님들이 학창시절 욕하던 애들이 나임.



민정이와 나는 그 시선들을 받으니 나름 재미있다며 둘이 깔깔거리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누가 '누나야'라며 끌어안았고, 놀라서 뒤를 보니 콩알이가 미스터빈과 함께 왔다.



나는 콩알이 손을 뿌리치면서 욕을 날렸고 일어나서 내 귀정도까지 오는 콩알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까불지 말라고 했고 항상 무표정이던 미스터빈이 그걸 보고 웃었다.

아, 저녀석 웃을줄도 아는구나.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콩알이는 참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했다.

음료수를 한모금 마시면 채워놓고 화장실 가면 따라오고 담배 피면 잽싸게 불 붙이고,

참 몸종을 삼으면 좋을 놈이었다.

곧이어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춤을 추고 싶었지만 왠지 얘네랑은 같이 나가 춤을추기

싫었다. 병철이는 민정이 손을 이끌었고 민정이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고개를 저었다.

패거리는 나가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언제와 그렇듯 무대 끝에서 가운데로 자연스럽게 옮기더니,

어퍼 스테이지로 올라가서 춤을 췄다.

병철이는 디제이다운 몸짓을 보였고, 콩알이는 막춤을 추며 우리를 웃겼고, 나머지 들러리 애들은 나름

연습한듯한 춤을 췄다.

터빈이 보이지 않아 어디 갔지 하며 두리번 거리니 어디를 갔다오는지 다시 자리로 왔고 혼자있기 뻘쭘

한지 앉지 않고 안절부절했다.



나 - 민정아. 우리도 춤추자.

민정 - 그래. 가자.


우리가 일어나서 나가자 터빈이는 자리에 앉았고, 민정이와 나는 스테이지 끝쪽에 조신히 서서 몸을

풀었다. 두세곡 쯤 추고나자 우리의 매가패스송이 나왔고, 병철이는 민정이와 나를 어퍼 스테이지로 끌고

올라갔다. 아, 하여튼 그렇게 사람들과 잘 어울려 놀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땀을 닦으며 담배를 피려고 하자 담배가 없었고 콩알이는 지가 사온다며 나갔다.



터빈 - 누나


터빈이와는 한 마디도 해본적이 없었기에 나는 깜짝 놀라 손가락으로 날 가르키몀 '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터빈 - 네, 누나. 콩알이가 누나 옛날부터 많이 좋아했어요.



'난 또 ... ' 뭐때문인지 괜히 기대를 했었고 곧이어 썩소를 날려주었다.



나 - 난 아닌데


라며 터빈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자 터빈이는 부끄러운지 말을 잇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이어 콩알이가 담배를 들고 왔고 내 옆에 앉아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사내놈이 그렇게 말이 많은지...



민정 - 수연아. 히드라 온단다.

나 - 어.


학교가 스머프 근처였던 히드라가 민정이한테 연락을 했다가 터빈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온다고 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왔다. 이 년 택시타고 왔나보다.



히드라는 오자마자 터빈이 옆에 붙어 조잘조잘 거리기 시작했고 민정이와 나는 병철이와 다른 이쁜아이와

함께 춤을 췄다. 그 이쁜 아이 이름은 우현이. 우현이는 춤을 잘추지는 않았지만 키도 크고 얼굴이 참

이쁘게 생겼었다. 함께 춤을 추다 보니 자리에 앉았을 때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게 되었고 콩알이는

그런 우리를 계속 방해했다.



그렇게 패거리랑 친해지기 시작했고 민정이와 병철이는 사귀게 되었다.

콩알이의 애정공세는 계속되었고, 우현이와 나는 가까워졌지만 사귀거나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하루는 우현이와 콩알이가 싸웠고, 때문에 콩알이를 불러 내서 둘이서 만나 진지하게 말을 하자 콩알이는

그 우악스러운 얼굴에 눈물을 그렁거리며 그러면 자기 누나가 되어 달라고 하여 그러기로 했다.

미안하긴했지만 감정이 안생기는걸 어떻게 하냐.

그러면서 콩알이는 우현이랑 잘되길 바란다며 쓸데없는 소리를 했고 나는 귀찮아 대답을 안했다.



민정이는 보충, 야자가 없어 매일 스머프를 갔고, 나는 일주일에 2, 3번 정도 스머프를 찾았다.

우현이와는 매일 연락을 하게 되었고 실제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쪽 패거리에서는 우현이와

내가 사귄다고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귀찮아서 따로 부정은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지냈다.



어느날 토요일 병철이가 민정이를 데리고 어디로 오라고 했다.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이녀석은 특이하게 33일을 챙겼다. 33일 기념일이라며 깜짝 파티를 해 줄거라며 데리고 오라는 것이다.

민정이 성격에 그런거에 놀라지도 않을 뿐더러, 내 성격에 민정이한테 거짓말까지 하며 처음가보는 곳에

데리고 갈 리는 만무했다. 병철이가 데리고 오라고 한다는 말을 하자 민정이는 대충 눈치를 챘고,

약속장소로 가자 이녀석, 이벤트를 준비해뒀다. 그녀석 친굳들이 종이를 하나씩 들고 있었고,

민정누나 사랑해,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민정이는 감동 먹은척 해주었고 병철이는 속았는지 멋적게 웃으며 민정이에게 무릎꿇고 꽃다발을 전했다.

참, 겉멋이 많이 든 녀석이었다.


민정이는 꽃을 받아주었고 둘은 애들이 보는 앞에서 키스를 진하게 했다.

콩알이 집이 빈다고 하여 우리는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콩알, 병철, 우현, 나, 민정, 병철이 친구 몇 명이 더 있었던 듯 하다.



중국집에 요리를 시키고 우리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시간 쯤 술을 마시자 얼큰하게 취한 병철이가 진실게임을 하자고 했고, 어렸던 우리는 그 게임이

참 좋았다.



콩알 - 오예, 수연이 누나 걸렸다.

나 - 물어봐라.

콩알 - 병철아, 니 어려운거 물어봐라 내가 흑기사 해서 소원 받고 싶은거 있다.

병철 - 알았다. ㅋㅋ

민정 - 뭔데 내 부터 물어볼꺼다. 야 황수연. 니 바보제.

나 - 아니. ㅋㅋㅋㅋ


병철 - 와, 누나 진짜 치사하다.

민정 - 뭐, 내 마음이지.

우현 - 내 차례네. 누나 내 어떻게 생각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복병이었다. 참, 뭐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물론 관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콩알 - 3, 2, 1. 오예 누나 걸렸다. 내가 마신다.


나는 지가 시켜봤자지 라며 콩알이한테 술잔을 건넸고 콩알이는 원샷을 하고는 소원이라며 뽀뽀를 해달라고

했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뺨에 뽀뽀를 해주었고 콩알이는 아니라며 입술에 해야 한다고 지랄을 했지만

나는 그런거 조건에 없었다고 쌩까고 게임을 진행시켰다.


곧이어 쓸데없는 야한 질문들이 오고갔고, 우현이가 걸렸다.



병철 - 우현이. 니 수연이 누나 좋아하나?



순간 정적이 흐르며 모두 우현이 입술로 눈을 고정시켰고, 우현이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버렸다.



'아, 이거 뭔가. 분위기 쑥쑥하게 되는구만.'


우현이가 술잔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나는 담배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고 민정이가 따라왔다.



민정 - 야, 점마 니 좋아하는갑다.

나 - 아 진짜 사람 뻘쭘하게 하노.

민정 - 귀엽다이가. 잘해봐라.

나 - 야, 내 쪼가리 있자나.

민정 - 추노? 됐다, 금마보다는 우현이가 낫다.

나 - 안된다. 니랑 병철이랑 잘 지내는데 괜히 엮였다가 니까지 욕먹는다.

민정 - 알아서 해라 난 몰라.


민정이는 먼저 들어갔고, 나는 담배를 하나 더 물었다.



애들은 내가 남친이 있는지 몰랐다. 굳이 말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쟤네가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다.

추노는 흔히들 말하는 친구의 친구 뭐 그런 앤데 못생겼지만 하는짓이 귀여웠고 뭐 별 특이사항은 없었다.

사실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담배에 불을 붙이자 우현이가 나왔다. 참 어색했지만 아무렇지 않은듯 말했다.



나 - 담배줄까?

우현 - 어,



우리는 아무말 없이 담배를 폈고, 내가 먼저 다 피고 나가려고 하자 우현이가 불러세웠다.




우현 - 누나야.

나 - 어?

우현 - 내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따봐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