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빈 - 누나. 제가 누나한테 고백하면 뭐라고 할 건데요?






엄머... 하는 사이에 3초가 지났다. 어버버버 하며 민정이가 쥐어주는 술을 일단은 마시고 멍해진 머리를 깨러 베란다로 나갔다.





민정 - 야, 니 뭐하노

나 - 아, 갑자기 당황했다. 진심같이 들려서.

민정 - 대충 둘러대면 되지 왜 말을 안하노. 니 오늘 우현이랑 그래 됐는데 쟈들이 뭐라 생각하겠노

나 - 아, 진짜 술 됐는갑다. 고만 마셔야겠다.





담배를 다 피고 들어가니 병철이 혼자 앉아있었다. 터빈이는 자러 갔나 싶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병철이가 입을 열었다.




병철 - 누야. 내가 오늘 진실을 밝혀야겠다.

민정 - 무슨 소리 하노? 술 취했어 쟈기 베베?

병철 - 사실 우리 친구들 얘기라서 내가 말하면 안되는건데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말해야 겠다.





그 녀석 말 인즉슨, 우현이랑은 친하기는 하지만 자주 만나지도 않고 우현이가 변한걸 알게 된 이후로 둘은 우현이와 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우현이가 나와 사귀고 나서 터빈이가 많이 힘들어했고, 흐흐흐흐흐흐

터빈이는 병철이가 민정이와 사귀기 전부터 나에게 관심이 있었고, 병철이가 민정이를 알게 된 것도 터빈이가 나에 관해 말하면서부터.

그래서 병철이가 민정이에게 대쉬하러 온날 둘이서 함께 온 것이고, 예상과 다르게 일이꼬여 이렇게 된 것이라는것.





병철 - 히드라 누나만 불쌍하지 사실.. 생각도 못했던 거니까.

민정 - 히드라는 신경 안써도 된다. 금마는 금방 잊는다. 단순해서 괜찮은데......수연이 니가...

나 - 내 뭐? 내가 뭐 어떻게 해야 되는거가?

병철 - 꼭 그런거는 아니지만 입장을 좀...

나 - 내가 이때까지 확실히 안한건 없잖아. 니가 터빈이 맘을 내한테 알려준건 고마운데 난 그런 마음 없다.

터빈 - 그럼 아까 왜 대답 못했는데?




이녀석 화장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가만보니 두 새끼가 짰구만.




나 - 니가 내 좋아하는거 아니까. 내가 뭐라고 대답해도 안될 질문이니까.





아, 나 진짜 똑똑하지 않음? 내가 참 이 말을 하고도 감탄했음.






터빈이는 말 없이 가만히 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눈치만 보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 - 그만하자 이런얘기. 오늘은 병철이랑 민정이 날이고, 내한테는 깨진 날이고. 우울하다. 난 들어가 잘란다.




혼자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아 진짜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또 언제 이런 인기를 감당해 보겠는가.

언제 또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남자한테 관심을 끌어 볼까 라며 고민보다는 기쁨의 발버둥을 쳤다.




민정 - 돌았나. 뭐하는 짓이고.





아, 저년 다 봤네.




민정 - 어쩔건데

나 - 뭘 어째. 딴 놈이면 고민도 안하겠지만 병철이 친군데 뭘 어쩌겠노.

민정 - 병철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상관없다. 그리고 병철이가 터빈이랑 제일 친해서 지는 니가 터빈이랑 잘 됐으면 좋겠다더라.

나 - 아 몰라. 머리 아프다. 잘거다.

민정 - 좋으면서 지랄이고 이년은. 히드라 신경쓰지마라.

나 - 내가 금마 신경 쓰는거 봤다. 그거는 아무나 잘생겼으면 좋아하는데. 그리고 내 히드라랑 안친하잖아.

민정 - 아무튼 니가 알아서해라.

나 - 오냐 친구야. ㅋㅋ

민정 - 자라 그람. 난 병철이방가서 잘거다.

나 - 좋은 밤 되라 이년아 ㅋㅋㅋ 난 씻어야겠다.






민정이를 보내고 씻고 방에 들어가니 터빈이가 있었다.



나 - 니 여기서 뭐하노?

터빈 - 부모님방에서 잘 수는 없잖아.

나 - 그럼 거실에서 자라.

터빈 - 겁나나? 안건드린다.




엄마야, 임마 갑자기 말이 짧고 강하게 나온다. 매력 있네.




나 - 그럼 여기서 자라.




나갈려고 하는 나를 터빈이가 잡아 세우고는 얘기나 좀 하자고 했다.






터빈 - 아까 병철이가 말 한거 내가 시킨거다. 사실이고.

나 - 어.




침묵.



터빈 - 내 히드라 누나랑 사귀는거 아니다.

나 - 어.





침묵.







나 - 아, 배고프네. 빨리 자야겠다.

터빈 - 뭐 먹을래? 편의점 갔다 올께.

나 - 그럼 같이 가자.





신발을 신고 나가는데 어머나 병-민 커플이 뭔가를 하나보다. 병철이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터빈이는 얼굴이 빨개졌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나갔다. 여기서 내가 터빈이에게 장난을 쳐도 좋을 대목이지만, 난 아직은 터빈이를 꼬시면 안되는 상황.

편의점은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였는데 참 멀게만 느껴졌다.

군인 행군하듯이 우리는 앞만 보고 걸었고 터빈이 손과 내 손이 살짝 살짝 부딪혔다.

터빈이는 쑥스러운지 팔짱을 꼈고 그런 터빈이가 이쁘게 보였다.

편의점에 들어가 즉석식품 몇개를 사고 음료수를 마시며 음식을 데우고 있는 터빈이를 스캔했다.




청바지에 흰 티를 입었는데 핏이 상당히 좋았고 키는 나보다 조금 큰 정도. 전체적으로 비쥬얼이 이뻤다.

지금 짚어보면 내가 이제껏 만난 남자들 중에 서열 5위안에는 드는 비쥬얼이다. 아까워.....

그래도 안된다며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발이 갑자기 미끄덩해서 넘어질 뻔 한걸 터빈이 팔을 잡아줬고, 잡힌 팔에서 짜릿한 느낌이 전해졌다. 뭔가 두근두근 긴장되는.

터빈이는 팔을 놓을 타이밍을 못 잡았는지 아님 놓고 싶지 않은건지 어색하게 팔을 잡고 계속 걸어갔다.




터빈 - 누나 술 취했나보다. 내가 잡아줄께.


라며 앞만 보며 걸었고 나는 그런가보다 라며 팔을 빼고 손을 슬쩍 잡았다.

잡은 손에 흠칫 이라는게 느껴졌고 힘을 주지 못하는 터빈이 행동이 재미있어 나도 손에 힘을 빼고 살짝 걸쳐만 놓았다. 곧 손이 빠지려 하자 터빈이는 내 손을 꽉 잡았다.






으히히히. 나 여우 맞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