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려고 하는 손을 꼭 잡힌 상태에서 우리는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앉아 아까 먹었던 것들을 대충 치우고 보니 소주 1병과 맥주 여러병이 뜯지 않은채 남았다.

사온 즉석식품들을 벌여놓고 쇼파에 기대어 앉았다.




터빈 - 이거 남은거 다 마실까?

나 - 그러던가. 소주는 못 먹겠다. 더 마시면 갈거같다.




터빈이는 맥주를 따서 잔에 따라주었고 한모금 마시고 나니 속에서 확 받쳐오르는게 느껴졌다.




나 - 아, 못마시겠다. 확 올라오네.

터빈 - 어, 그럼 먹지마라. 내가 마실께.




터빈이는 홀짝홀짝 혼자 반병을 마셨다.




나 - 니 술 잘마시네.

터빈 - 아, 아니다. 아까 취했다가 깨서 그런갑다.




다시 침묵... 너무 어색해서 베란다로 담배를 피러 나갔다.

담배를 피는데 머리가 띵하게 올라오는게 자야겠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어지러워 잠시 앉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는데 터빈이가 나왔다.




터빈 - 누나 괜찮나?

나 - 아니, 안괜찮은거 같다. 어지럽네.

터빈 - 토하고싶나?

나 - 아니 좀 앉아 있으면 괜찮아 진다.





터빈이는 내 옆에 쭈구려앉아 담배를 물었다.

팔에 머리를 기댄채 담배를 피는 터빈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술이 취했는지 일을 벌이고 싶은지 이뻐보였다.




터빈 - 왜?

나 - 아니, 이뻐서.




터빈이의 하얀 얼굴이 빨개졌다. 귀엽다. 엄마미소를 한채로 계속 쳐다보았다.




터빈 - 누나 진짜 술 취했는갑다. 일어날 수 있겠나?

나 - 아니, 좀만 더 있다가.




다시 침묵을 지키며 난 터빈이를 가만히 보았고 터빈이는 어색한지 담배를 하나 더 물고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민정이의 목소리에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얼음을 했다. 또 하냐, 난 피곤하다. 자고 아침에 하자. 등등 병철이와 아웅다웅.

살짝 보니 창문을 반 쯤 열어놓고 있었다. 술 기운에 쑥스럽기도 하고 터빈이의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니 안되겠다 싶어 들어가려 일어나는 데 휘청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넘어지는 순간 머리에 뭔가 띵하고 울렸고 그냥 오늘 일 한번 치자. 라는 다짐을 했다.

잡아주려는 터빈이 손을 마다하고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 맥주를 한잔 마셨다.

이번에는 물 처럼 잘 넘어갔다. 소세지를 하나 주워먹고 들어오는 터빈이를 향해 일로 오라는 손가락질을 했다.




나 - 술 다 마시고 빨리 자자.

터빈 - 어, 어..



나는 소주를 따서 맥주와 섞었고 둘이서 한잔씩 마셨다. 아, 정신이 점점 말똥해지는게 느껴진다. 어떻게 꼬실까 머리가 부지런히 굴러간다. 말 없이 한잔씩 더 말아서 마셨다. 맛있다.

터빈이 얼굴은 터질 것 처럼 빨개졌다.




나 - 괜찮나? 그만 마셔라. 내가 마실께

터빈 - 한 잔만 더 마시자. 맛있네.

나 - 그러던가.




한잔씩 더 마시고 나니 나도 눈이 감길려고 했다. 터빈이는 쇼파로 목을 뒤로 넘겨서 눈을 감았다.

터빈이 무릎에 올려진 손을 보니 잡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 손가락으로 손등에 올라온 핏줄을 눌러보았다.

난 팔에 핏줄 나온 남자가 그렇게 섹시해 보이더라구.

쿡쿡 누르니 터빈이는 머리를 들어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나 - 재밌다. ㅋ

터빈 - 누나야. 자라. 술 취했다.

나 - 어. 자야지. 해 뜬다. 담배 한개만 더 피고.

터빈 - 어, 난 치울께.




베란다로 나갔는데 이것들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혹시나 터빈이가 나올까 담배를 흡입하고 얼른 들어갔다.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을 보니 얼굴이 말이 아니다. 하얗게 질렸고 눈은 벌겋게 충혈 되어있다.

12시간이 넘게 술을 마셨으니 멀쩡할리가 없었다. 터빈이는 쇼파에 길게 누워있었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기다리다 안 들어오면 데리러 가야지.



터빈이는 들어오지 않았다. 띵한 머리를 이끌고 물을 마시러 가는 척 나가니 터빈이가 식탁에 앉아 남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 - 니 미쳤나. 안자나?

터빈 - 아, 확 취해야 될것 같아서.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나는 물을 한 잔 따라 맞은편에 앉았다.




나 - 빨리 마셔라. 봐 줄께.

터빈 - 그냥 들어가 자라 누나야.

나 - 왜, 부담스럽나.

터빈 - 아니.. 누나가..... 아니다.




라며 얼마 안남은 소주를 다 마시고 자자라며 일어나 내 손을 잡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를 침대에 눕히고는 옆에 앉아 자라며 다독거려줬다. 눈을 감자 잠이 미친듯이 몰려왔고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터빈이 손을 잡았다.

그리곤 가만히 있는 터빈이 손을 잡아 당겨 내 옆에 눕혔다.





나 - 팔.




터빈이는 팔베게를 해 주고 똑바로 누워서 굳어있었다.




나 - 자자.

터빈 - 잠이 오겠나.

나 - 난 좋은데, 니 불편하나? 그럼 떨어질까...?

터빈 - 아이다. 그냥 자라. 누나 자고나면 나갈께.




팔베게를 하고 어색하게 누워있는 터빈이가 너무 귀여웠고 나는 그런 터빈이를 꼭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터빈이 심장소리인지 술이 취해서 내 맥박이 들리는건지 엄청나게 빠른 심박동소리가 들렸고 터빈이가 침을 꼴딱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아. 못참겠다.

손을 올려 터빈이 얼굴을 만지며 머리를 들어 목에 얼굴을 파 묻었다.

내가 이 정도까지 했으면 니가 진도를 나가줘야지라는 생각에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고 터빈이는 팔베게를 하고 있는 손을 구부려 내 어깨를 감싸쥐었다.

난 터빈이 목에 살짝 뽀뽀를 했고 터빈이는 가만히 있었다.

반응이 없어 다시 뽀뽀를 하니 터빈이가 입을 열었다.





터빈 - 누나야.

나 - 어?

터빈 - 내 한번도 안해봤다.

나 - 뭘?

터빈 - 이런거.....




난 묻어뒀던 얼굴을 들어 터빈이 얼굴을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나 - 이런게 뭔데?

터빈 - 내... 첫키스도 안해봤다...

나 - 어? 어... 진짜?

터빈 - 어...



라며 가만히 나를 쳐다보더니 쪽하고 입술에 뽀뽀를 했다.

사실 첫 키스도 안해봤다는것도 안 믿어지는것이 친구들이 그런데, 그리고 너 정도면 생겼잖아.




터빈 - 이런 뽀뽀는 몇 번 해봤다. 아까 히드라누나한테도 당했고,

나 - 아....



라며 옆으로 누우려고 하자 터빈이는 나를 잡고 말했다.




터빈 - 누나가 키스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