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연습 （주제: 왜 잠이 오지 않는가?）

6월의 막일을 보고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생각한 지 벌써 3주가 지나갔다. 지난 대학생활 동안에도 4시 5시 같이 늦게 잔 적이 있었지만, 방학이 되니 더욱이 6시가 지나갈 때까지 깨어있는 나날이 많아진다. 휴대전화기와 함께 베개에 머리를 처박아도 눈에 느껴지는 압박감에 잠은 오지 않고 잠이 안 온다고 별의별 망상을 해봐도 양을 센다 해도 뚜렷한 해답법이 되어주지는 않는다. 애초에 양을 세는 방식은 서양에서 sheep과 sleep의 발음이 비슷해서 sheep-> slheep-> sleep으로 이어지는 자기암시이다. 우리가 사는 동양에서 그렇게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기엔 어렵다. 정말 재미없다는 주식 관련 이야기나 시사 유튜브들은 잠을 자고 싶다는 욕구에 반발하듯 항상 흥미로운 주제거리를 던져버리고 말아서 어? 궁금한데 한 번만 화면 볼까하며 빠져들다가 다시 양이나 세는 단계로 돌아간다. 이 무한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서 왜 잠이 오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선은 잠이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나의 평소 습관으로 넘어갔다.
휴대전화기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주변에 잠깐이라도 없어지면 불편해져 버리는 것으로 생각되는 요즘이다. 이 작은 기계장치는 내 인생에서 시청각에 행복함을 주는 대신에 여러 가지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된다. 어떤 경우에는 눈을 못 뜰 정도로 따끔하게 아프다던가 오래 듣고 있을수록 머리가 어지러워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경우들이 이와 같다. 휴대전화기가 내게 주는 이러한 자극들이 나를 잠에 못 들게 한다는 것이 첫 추측 되었다. 우선 휴대전화기가 내는 빛 때문에 잠이 들지 못한다는 것, 평소에 잠을 잘 때 나는 불을 켜고는 잠을 아예 못 자는 편이다. 실제로 낮에는 커튼 없이 조금만 비치는 빛에도 쉽게 민감해져 버려서 잠에 빠지지 못하는 경우가 일수라 잠을 자기 위한 우선 조건으로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수면 패턴이 시작한다. 눈을 감으면 충분히 일조량이 수면에 적합할 정도로 유지가 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다수는 이와 맞지 않다. 그렇다면 새벽에 비추는 휴대전화의 빛이 나의 잠을 크게 방해하느냐 묻는다면 그에 대답은 전혀 아니다. 휴대전화기의 빛 때문에 잠에 못 잔 경우는 별로 없다. 이 문제는 애초에 잠을 잘 때 휴대전화기를 켜두고 자는 가라는 간단한 생각으로도 해결된다. 나는 휴대전화기를 베개와 함께 처박아두는 거처럼 잠을 잘 때 휴대전화기의 머리는 이불에 박아둔 채 화면을 꺼서 최대한 빛을 차단하는 편이다. 그러는 편이 조금이라도 눈에 닿는 빛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드물게 오는 토스 알림들로 화면이 켜지는 불상사 상황에서 집중력의 흐트러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빛을 줄인다는 방법은 탈락이다.
그 다음 방법은 시각이 사라졌으니 청각의 차례이다. 청각의 문제는 휴대전화기의 소리가 잠을 자는데 방해가 되느냐가 주요 논제가 될 것이다. 나는 잠이 잘 오는 소리로 수면에 도움을 얻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재미없는 뉴스 기사, 시사 정보 혹은 잠이 잘 오는 문명과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목소리 좋은 스트리머의 유튜브 풀 영상 같이 잠을 자는 것에 특효약이라는 것들을 한창 틀어놓고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여 잠에 빠져보려고 노력해본 적이 있다. 이런 것들이 쓸모없고 오히려 소리를 없애면 잠이 잘 오지 않을까 라는 물음이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일 것이다. 청각에 관련해서는 아예 조용한 게 최고야 라던가 생활소음으로 잠을 자는 게 낫다고 주장하는 혹자도 있을 것이고 이러한 생각에 대해서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닐 걸 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리를 꺼놓은 경우가 맨땅에서 달리는 거라면 휴대전화기는 구름 같은 게 아닐까, 구름이 그늘을 만들어 달릴 때 바람을 쐬어줘서 땀을 식혀줄 수도 있고 비를 내려서 달리는 것을 방해해버릴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음향 자료들을 잘만 찾으면 잠에 더 깊게 빠져들도록 도와줄 테니까, 변변찮은 이야기지만 소리가 없이 자는 것보다 소리를 틀고 자는 편이 더 도움된다면 어차피 잠을 못 자는 나로서는 쓴다고 더 방해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망상하는 데에 시간을 쓰다가 잠을 못 자는 것보다 잠을 충족시키는 영상을 찾는 게 더 잠에 도움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른 이유이다.
눈으로 보는 거나 귀로 듣는 거나 다 이야기하고 나니 남은 것은 전자파 같은 미신적인 이야기나 진동 상태 같은 영양가 없는 의심만 늘어간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몇몇은 수면제를 반쯤 쪼개서 잠이 든다고 하는데 왜 잠이 안 오느냐 라는 물음에 그건 당연히 수면제를 안 먹어서! 라는 간단한 말로 마무리하고 싶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작가의 만능 엄격한 답변이 도움된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다. 결국, 심리적 문제이려나, 평소에 가진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도 모르게 나에게 압박감을 주어 잠이 안 오게 만들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를까나 같은 생각이 든다. 문제가 나한테 있었으니까 밖에서 문제의 답을 찾는 행위도 도움이 되지 않는 거겠지. 내일 당장도 막상 할 일이 없지만, 오늘 잠을 자야만 한다. 글을 쓰면서 적적히 이미 알고 있는 이유에 대해 되짚어서 이야기한다 해서 현실 직시로 다가올 뿐이다. 우린 모두 살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잠들어야 하니까 오늘도 휴대전화기로 어제 잠이 잘 온다 생각했던 다큐멘터리를 틀고 잠이 들 것이다. 삵이 사냥하는 모습을 아무리 성우분이 설명해주신다 해도 화면을 보면 안 된다. 그저 눈을 감고 잔잔한 말에 정신을 맡기고 흐르고 흘러서 7월의 다음 날로, 그리고 그 다음 날로 흘러가야만 한다. 그러면 도착지에는 내가 그린 지도 속 보물섬의 선착장이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한바탕 꿈 놀이를 한 채 다시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일단 가야 한다.

（짧은 시）
자야만 해

아무리 편한 이불을 덮고 있다고 해도
잠은 오지 않아
푹신푹신하긴 하지만
엉망진창인걸

내 몸을 너에게 내주고 싶지만
너는 왜 나를 탐해주질 않는거야
톡 건드리면 내가 너를 너무 세게 물어버릴까봐
내가 다가가면 너한테 너무 빠져들어 다칠까봐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다가가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서두르지 말 것
화내지 말 것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릴 것

나는 너를 원하니까
잠시만 더 기다려줘
너에게로 도망치는 신데렐라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