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붙힘 성이 없어 어른들과 말을 잘 섞지 못했다
그들이 술에 취해하는 말들을 듣고는
고개만 끄덕이거나 간단하게 수긍만 할 뿐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잘 몰랐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던 어느 날
집 밖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었다

어느 날부터 엄마가 집에서 자주 없어지시더니
결국 비고가 담긴 목소리를 하나 버려두고 가셨다

이제 와서 떠난 고인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다 한들 어디까지 내 목소리가 퍼질지는 알 수 없다

그분의 묘는 앞에 강을 두고 뒤에 산을 짊어졌다
옛 말에 나온 배산임수 같은 곳이리랴
일찍 세상을 뜨셨기에 그만큼 더 안전한 곳에서
강 물결에 울리는 고동을 즐기며
살아가시겠지

그날의 새의 울음소리는 초라한 정도였다
뒤늦게 나 홀로 묘에 앉아서
막걸리 한잔을 옆에 비워놓고
웃어른과 처음 상을 맞대고 이야기했다

바람 소리와 물결치는 소리를 답변 삼아
오랫동안 들으려 하지 않았던 말들을 새겨보니
어쩐지 술을 늦게 즐기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마음에 담은 푸념들을 전부 쏟아놓고
하늘도 어둑하니 취기에 즐겨 잠을 자려하니
얼굴 앞에 작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어쩌면 잠깐이나마 돌아오신 걸까
놀라 움켜쥐니
고인의 쓸쓸한 묘석이 차갑게 품에 들어왔다

따듯할 때는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것을
이제야 가슴을 맞대어보는구나

강가의 물결소리가 여전히 들 리우고
옅은 바람소리가 몸을 휘감았다

나는 돌아갈 곳이 있었지만
너무 늦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늦은 밤 언덕 아래 트랙터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곧 버스는 마지막 종착역을 향해 달릴 것이다
나는 몸에 달라붙은 흙을 털어낸 채 자리 위에 올라
남은 술을 위장에 털어 넣었다

잠시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뒤
주변에 쌓인 서리를 모아
묘 옆에 작게 쌓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