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저문다.
비가 내려 꽃잎이 바닥을 채운다.

​꽃이 떨어진 이유가
가지와 붙잡고 있던 손을
가지가 놓아버린 건지
스스로 놓아버린 건지
슬프지만 누구를 탓하랴

하나의 가지는 수많은 꽃잎을 잡고 있는데
버거워 하나를 놓아버렸더니
우수수 떨어진

​꽃잎은 허망하리
가지는 슬프리
바닥은 더러워지리

​꽃이 없는 아침에
울고 싶어라

​꽃이 지기로 한 것을
바람의 탓이냐
가지의 탓이냐
꽃의 탓이냐
너의 탓이냐
나의 탓인가

​누구를 원망해도
그저 원망의 화살만 돌릴 뿐
떨어진 꽃잎은

​허망하게
아름답게
공허하게
화려하게
슬피 떠내려간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