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과는 그 이후로 만나지 않았음

가끔씩 술을 마시면 안부를 묻기 위해 연락을 했음

취했단걸 알면서도 묻지도 않고 받아주었음..

일진녀와도 그전보다는 자주 만나지 않았음

일진녀의 소식에 절반은 친구의 입으로 전해

들었음 나는 공부에 매진했고 그런 내 사정을

아는 일진녀는 보기와는 다르게 나를 이해해줬음

자기랑 안놀아준다고 칭얼거릴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고 이해를 해주는게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실망감이 들기도 했음

주로 만나면 예전처럼 술을 먹는다거나

사고를 친다거나 하지는 않고 건전한 장소에서

못다한 얘기들을 나누었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다필요없이 일진녀와 그저 마음가는데로 놀고

싶기도 했지만 금연에 성공하고나서는 무엇이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스스로 자제를 하는 법을 알게 되었음

그렇게 일진녀와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음



허나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었음

그건 일진녀가 자퇴를 했기에 일어난 일임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 중졸이라는

타이틀은 언제나 일진녀를 따라다닐거고

본인은 별신경을 쓰지않아도 학력이란 알게

모르게 중요한거였음 사람들은 그 사람에 대해

알기위해서 주로 집안이나 인맥, 자본과 학벌을 봄

어떤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서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던

단지 종이 쪼가리에 적혀있는것을 보고 그사람을

판단한다는 거임.. 나는 자퇴를 한 일진녀에게

검정고시를 보자고 했고 처음에는 귀찮고 싫어하던

일진녀도 지극정성인 나의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고맙게도 검정고시를 위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음

그러다 보니 우리가 만나 얘기를 할때면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더 의미있는 말과

여운이 남는 말들을 하기시작했음



나는 가끔 시간이 날때마다 일진녀에게 찾아가

오늘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고 이런 말들이

기억에 남았고 이런것을 느꼈다고 얘기를 전해주었음

그러다가 가끔 눈이 맞아 관계를 맺기도 했음

젊은 혈기다 보니... 그럴때마다 나는 일진녀를

꼭 껴안고 체온을 느끼며 일진녀의 눈썹을

엄지손가락으로 그 결을 따라 쓰다듬었음

일진녀와 있을때면 불면증이 사라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르 눈이 감겼음



그래도 우리는 공부에 전념하자는 신념하에

사귀자거나 우리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꺼내지 않았음..




물론 중딩녀와도 자주 만났음 아마 중딩녀와

만난 시간이 얘네 보다 더 많았을 거임

얘가 아직은 어리고 연애와 자기치장에만

관심이 있어서 내가 말을 해도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저 나쁜쪽으로만 빠지지마라는 마음에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던 것 같음 얘도 술을 마시고

나에게 전화를 할때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어울리지도

않은 상담들을 했었음 가출을 했을 때에 우리집에

거두어 일주일 동안 대리고 있다가 매일 밤마다

가정사에 대한 얘기를 해주며 집으로 돌아가길 권했음

물론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어린 여자애는 내 방에

두고 일주일동안 같이 사니까 나를 따로 불러

얘기를 했었음 나는 예의를 갖추고 이런 저런

일로 대리고 왔고 곧 돌려보내겠다 지금 쫒아내봤자

집에 안들어간다 오히려 더 삐뚫어진다 내가 대리고

있으면서 마음을 돌려놓겠다 이해해달라고

얘길했음 그동안 변화한 내 이미지 덕분에

부모님은 내키진 않지만 나를 믿어주셨고

나는 중딩녀를 집에 돌려보내서 중딩녀가

부모님께 사과를 하고 반성하게 만들었음



아, 물론 건강한 남녀끼리 한이불을 덮는데

왜 안... 그랬겠음.. 잠을 자다 새벽에 눈을 뜨면

걔 허벅지가 내 위로 올라오고 중딩녀는

늦여름이라 짧은 바지와 나시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보기 민망했던 일들도 많았지만

왠지 이거 썰풀면 별것 안니지만 철컹철컹

할것같음... 이거 풀면 제목이 바껴야할듯




그 무섭던 중딩녀 아빠는 내가 중딩녀를 내 방에서

재우고 함꺼 잤다는 거에 대해 화를 낼만 했는데

그러지 않고 오히려 내 어깨를 툭툭치며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하셨음 왠지 모를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꼈고 나는 그 이후로

바른생활을 신념으로 삼았음 그래도...


단단할 수록 부러지기 쉽기에 나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생활을 했음 놀땐 놀더라도 할 땐하는.




시간은 어느덧 흘러 가을로 접어들었고

검정고시를 치겠다는 일진녀는 마음을 바꿔

다시 입학을 결심했음 나는 무척이나 기뻤고

그런 일진녀를 위해 시간을 내어 단풍도 이쁘게

물들었겠다 11월 초에 수목원에 단풍구경을

가자고 했음 안그래도 다음 학기가 시작됨에 따라

일진녀는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에 마지막 추억이라고 생각했음 그리고 그날이 됐음


예전이라면 일진녀는 클럽이나 팬션, 워터파크 같은

곳을 가야 놀 맛을 느꼈을 것이고 그걸 자랑하고

다녔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수목원이 더

마음에 든다고 얘길하며 붉게, 노랗게 물들은

잎파리들이 더 이쁘다고 얘길했음..



눈의 화려함 보다는 마음의 평안이 더 좋다는

일진녀의 말이 너무나도 이쁘게 보였음




수목원은 산을 타고 굽이굽이 가서 폰의 인터넷도

안잡히는 고지대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삼십대에서 오육십대 어르신들로 붐볐음

정말 이런 곳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고 주차장도 꽉차서 갓길에

차들이 정말 길게 주차되어 있었음..

그때서야 아직도 낭만을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음 사람들은 대부분 등산복을 입고 있었는데

우리는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음 이날 컨샙이

지적이고 낭만적인 학생이라ㅋㅋㅋㅋ




그렇게 내 학창시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목원에서의 일진녀와의 추억이 시작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