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의 일기 [0] |
2022-11-05 18: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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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03 : 59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 다가오고 있다.
생각보다 별로 다른건 없었던것 같은데 말야.
이맘때가 되면 계절이 주는 쓸쓸함에 나도 동화가 된다.
나는 내 나이 치고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했던것 같다.
떠나간 친구들과, 나와 연관 없는 이들의 죽음에 나는 함께였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이의 쓸쓸함을 알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떠나간 이를 추모하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분의 자리에는 결국 말뿐이던 이들의 방문이 없었다.
연고가 없는 그분들은 사진도 없이 무연고로 화장 처리를 하고 끝냈다.
그들의 곁을 지키는것은 사명을 다하고 있던 일부 공무원과
화장을 집행하는 그 몇몇 분들이 전부였다.
살아가는 내내 느꼈던 쓸쓸함은 결국 죽어서까지 이어진다.
황망한 죽음에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울함에 물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죽음을 우롱하는 괴물들은 사회 곳곳에 숨어있다.
나는 떠난 이들을 추모하며 잠에 들지 못하는 며칠을 보냈다.
내가 가진 질병의 단점은 아마 이런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각자 가지고 있는 수명이 있다.
그것을 모두 누리고 가는 이들에게 흔히 천수를 누리다 갔다고 표현한다.
하늘이 정한 운명을 모두 누리고 떠난 이들에게 전하는 찬사다.
그런 분들의 장례에 찾아가보면
침울함보다 오히려 웃음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서로 완벽히 정반대의 경우를 보다가 보면
왠지 모를 괴기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 그럴까.
생과 사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한 최근이었다.
나에게 다가올 죽음에 대한 생각도 참 많이 했다.
어떤 삶을 살다 가게될지는 내가 노력하기에 달렸고,
언제 어떤일이 내게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게 세상이라 느꼈다.
삶은 호사다마다.
풍파를 겪어야 좋은 일이 찾아온다.
오늘도 밤을 새워 창밖을 바라봤다.
세상은 아무일도 없던듯 평화롭기만 하다.
계속해서 수많은 사람들은 생을 마감한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아 잠시나마 그들의 무운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