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껏 때가 낀 거울을 바라보고 앉아있노라니
어떤 한 구면의 사내가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우연은 아닐게다 당연한 것이 그 당연한 자리에 있으니
그 한적한 방이며 초췌한 얼굴,
움푹들어간 그 눈가까지

꽤나 오랜만에 본 듯 싶지만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다

나는 마치 면접관 앞에 앉은 구직자처럼 경직이 된다
사내가 나에게 묻는다
상념이 나를 휘감는다
질문하고 질문하고 질문한다

나는 단 한 개의 질문에도
아이처럼 안절부절 못 할 뿐이었다

난 왜 눈물을 흘리는가
왜 나는 그 떨어지는 눈물에
숙명과 같은 운명을 느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