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2 07:49:18
ⓞ 추천
ⓤ 단축URL
|
0
123
모쪼록
|
이제는
용서를 구할 사람 하나 없어
이렇게 육지 끝
돌무더기 방파제에 나와
용서라는 단어를 헤아려 봅니다
지나간 세월은
스쳐가는 바람같이
허망한 것이라 하여도
가슴속 깊이 통증으로
자리 잡은 죄책감은
지금 간신히 서 있는 두발을
여지없이 흔들리게 합니다
지난날
젊음하나 믿고
곱디고운 영혼들에게
아물지 않을 멍울로 상처 남기어
이 죄를 어찌 씻을까 합니다
누군가는
우연이 필연으로 간다 하지만
그때 나는
우연을 악연으로 만들어
내 육신 편 코자
당신들의 소중한 인연을
철저히 외면해버렸습니다
용서라는 말이
함부로 쓰이는 지금에
뼛속 깊이 참회한들 상처 준
당신들께 용서되지 않겠지만
부디 비 옵니다
영겁의 시간, 윤회의 시간 속
어떠한 형상으로
어떠한 기운으로
어떠한 인연으로
다시 부딪친다면
지나간 세월의
악연일랑 두 눈 질끈 감고
긴 한숨 내쉬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날 용서 하소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예언자처럼 혼자 운명을 점치지만
길고 짧은 이 생애에
다시 누군가의 가슴에
지옥 불로 고통 주는 일 없이 평안한 일생으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