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6 05: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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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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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
땅이 출렁이므로
다만 땅에 취해 있었다
땅이 출렁이므로
고개 젖힌 하늘
별빛 또한 울렁거려
별에 취했을 뿐이다
목격자가 진술하길
나는
내 집 잔디밭에 엎드려
큰절을 하고
대성통곡을 하였다, 했다
나는 나의 죽음에 대하여
나와 숱한 상의를 하였다
늘 결론 없이 끝나는
절망의 토론이었지만
나는
나의 죽음에
서글피 미리 곡을 했으므로
찾아올 이
슬퍼할 이 없는
남루한 장례 조문 따위는
걷어치우라
나는 여기에 없다.
기억은
살아있는 자의 몫
곧 잊히리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한 덩이 주검
화염 속에 던져놓아
그래도 무언가 남았다면
볕 잘 드는
조그만 나무 곁에
거름 주듯 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