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2 07: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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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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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율배식
한꺼번에
많이 퍼 담지 마세요
적당히
알맞게
가슴이 소화 될 수 있도록
꼭꼭 씹고
되새김질하여
충만히
뼈가 되고
살이 되고
피가 되어
영혼을 살찌울 수 있도록
식판을
쳐다보며
콩을 골라내고
당근을 밀어내고
시금치는 손도 안 대고
콩 빈자리
허연 쌀밥
맹한 국물의
편식
사랑은
모든 것을
담고
먹어 주는 것
안 먹고
못 먹고
싫어하던
그런
생경한 것들을
입속에 담고
익숙해지는 것
사랑에 데어
화들짝
식판을 엎어 버리는
거식증
밥맛이
쓰고
시들하고
서걱거려
숟가락을 놓는 일
이런저런
이유로
굶는다는 것은
마음이
비쩍비쩍 마르는
사랑 결핍성
빈혈,
무기력한 현기증
그래요
간혹
사람이
사랑이
예사롭지 않다면
한 끼
두 끼쯤
단식하며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아니
아예 멀찍하니
서서
다시 보는 거예요
어는덧
침샘이
사르르 돋고
쪼르륵 도는
시장기로
숨어 있고
안 보이고
못 보았던
잊고 있던
기억이
새로이
새로이
입맛을
북돋을 것이니
식판 위
사랑을
성호를 긋는
순백한 마음으로
천천히
오래오래
곱씹으며
다시금
음미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