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의 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설

괜스레 만나기 어려운 날 고르지 말고
설에 만나 치러버리자는 말에 모두 한 집에 모인다.

가지각 사람들 한데 모여
오랜만에 본 가족들 모습에 왁자지껄

한데 모인 모습에 즐거움이 어디 다른 집안일일까

그 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우리 엄마 보면
어째 할아버지 장례에 왜 그리 혼자 울상인 듯
속 성하게 그러고 있는지는 몰러 하니
집에 가야 쓰겠다는 게

남들 웃어대는 판국에 얼굴 살짝 내밀고 떠나오니
울 엄마 혼자 전기매트 우에 눕어 있네
잔뜩 이불을 모아놓은 게
외조부 묘지 같아서

나오기 전에 들은 한마디에
아버지 장례인데 어디 가냐는 그 한마디에
부모 잃은 설움을 당신과 나 함께 겪을 순 없지 않어요
한마디 해 불고 올 것을 참으로 안타까운겨

그간 이제 남들 술판 벌어질 이 언저녁 밤에
나는 그냥 묘지기나 할라니까

내일 밤 숨 쉬는 송장이 일어날 시간까지
나는 그냥 혼저 있으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