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의 바람을 목격하고, 꼴에 자존심은 있다고 먼저 헤어지자고 하고, 며칠 동안을 가슴아파했다. 감하고 사귄 기간은 채 100일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었다. 이별이 처음이 아니었는데도 마치 처음 맞는 주사같았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문자라도 하나 오면 감인가해서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스피커에서는 하루 종일 이별 노래만 흘러 나오게 했다. 감은 나에게 그런 여자였다.


그 뒤로 종종 그녀가 생각났으나 자존심에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서도 어느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끝날 사이같아 보였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갔을까? 일 하던 중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 번호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번호, 감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려 터질 것만 같았다. 일부로 전화를 받지 않고 무슨 말을 할까 왜 전화가 온건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 날 전화는 계속 왔다. 한 10번 정도 전화가 왔을 때 못 이기는 척 전화를 받았다. 계속 전화를 할거라는 감의 특성도 어차피 받을거라는 나의 특성도 서로 알고 있었기에 우리는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뭐냐?"
"잘 지냈니?"



나는 쌀쌀하게 감을 대했다. 그렇지만 너무 감이 보고 싶었다. 이미 전화벨이 울렸을 때 다시 그녀와 사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감을 만나고, 몸을 섞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널 갖고만 놀다가 버릴거야."
"맘대로 해."



지나간 시간에 대한 복수라는 것을 감도 알고 있었고, 맘대로 하라는 그녀의 말이 부질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기에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그녀와 사귀었다. 그리고 사랑했다.



"우리 만약에 또 헤어지고, 세 번째 만날 수도 있을까?"
"바람 안필게. 넌 남자가 왜 이렇게 속이 좁냐?"
"아 또 생각하니까 열받네. 내가 그 때 얼마나 힘들었는줄 아냐?"
"잘못했어. 그런데 진짜 니가 생각하던 그런 바람은 아니야.."
"아 그 개소리. 난 너와.."

감은 내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는 2년을 사귀었다. 그리고 또다시 헤어졌는데 그 이별은 나의 마지막 연애를 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첫 번째 이별이 감의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이별은 나의 무능력이었다. 당시 나는 취업을 앞둔 취준생이었는데 앞길이 깜깜했다. 학점이나 영어 점수 등 취업 준비를 해 둔것이 없었다. 게다가 경기는 좋지 않아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던 시기였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일단 알바도 그만 두고, 부모님께 받던 용돈은 전부 취업준비에 매진했다. 그러다보니 감하고 연애하면서 쓰는 돈이 버거웠다. 게다가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감에게 짜증도 빈번하게 내고, 그녀를 공격했다. 그러다가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시발. 때마침 감은 다른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는 듯하기도 했다.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백하자면 내 친한 친구들에게 감의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감은 절대로 만나서는 안되는 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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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과 함께 소주 1병을 다 먹는 동안 윤서는 거의 먹지 않았다.

"이별의 아픔이 큰가봐."
"아니 그냥 더러워."
"다 그러면서 크는거다."
"지랄하지마라."
"그래도 난 남자 1호가 대인배라고 본다. 이건 칼부림 날수도 있는 일이여."
"그 날 만나서 무슨 말을 했는데? 뭐라고 해?"


지금부터는 소설을 써야했다. 그리고 도박도 해야 했다. 그녀가 절대 남자 1호를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의 소설을 쓸지, 아니면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서 써야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전자라면 좀 쎄게 나가도 되는데 후자라면 거짓말을 걸릴 수도 있으니 나중에 장난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소설을 써야한다.


윤서는 남자 1호를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바램을 가지고, 또 강하게 소설을 써야 그녀와 강한 관계를 갖을 수 있다는 트래쉬의 마인드를 가지고, 그래 어차피 난 이제 개새끼다. 이별한 사람을 두고 그런 거짓말부터가 개새끼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막 소설을 그녀에게 말할려던 찰나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약간 당황하며 전화를 받았다. 남자 2호였다.


"우리 헤어지자."

나는 몰랐지, 남자 2호가 그 말을 했을 줄이야. 몇 분 동안의 통화 후 갑자기 고개를 쳐박고 우는 윤서를 달래다가 나중에 윤서한테 들은 이야기였다. 남자 2호는 전화를 걸더니 다자고짜 헤어지자고 했다고 한다. 이 주 동안 잠수를 탄 그녀에 대한 화였을까?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윤서는 계속해서 울었다. 그래서 한 마디 했지.


"그만 울어라. 니 내 여자 1호 하면 되잖아."



이것이 웅트래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