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1년 조금 더 지났으면 권태기가 올 법도 해."

그녀를 위로했다. 국밥집에서 나온 우리는 골목길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녀는 담배를 한 대 물어잡았다.

"담배좀 끊어라."
"노력중이었어. 하아.."
"나도 하나 줘."
"니 안 피잖아."
"술마시면 핀다. 내놔."
"아 존나 아까워."

그녀는 마치 아저씨처럼 한숨을 푹 쉬며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저씨같아."
"웅아."
"웅?"
"나 그래도 괜찮은 여자지? 성격 그런거 다 빼고 그냥 딱 외모만 봤을 때 어때?"
"니 상처받는다. 묻지마라."
"괜찮잖아. 그치? 응? 말해봐봐."
"묻지말랬다. 오빠 그렇게 잔인한 사람아니다. 실연 당한 것도 힘들텐데, 그것도 두 명한테나." ㅋㅋㅋㅋㅋ

잔인하게 웃어주었다.

"좀 그러지말고 말해봐봐. 궁금해서 그래."
"진짜 말한다?"
"응."
"진짜 솔직히?"
"아 좀 언능 말이나 해."
"못생겼어. 사진으로만 보면 많이 못생겼어. 실제로 만나서 말 한 마디도 안하고, 그니까 성격 없이 딱 보면 못생겼어."

그녀는 잠자코 듣기만 했다.

"만나서 너랑 말하고 같이 지내다보면 음.. 조금 못생겼어. 그리고.."

말을 이을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펑펑 우는거였다. 좀 전에 남자 2호한테 실연당하고 국밥집에서 펑펑 울 때 겨우 잠재웠는데 또 서럽게 우는 거였다. 물론 그녀는 못생겼다. 아무쪼록 장난을 칠 때가 아니었는데 실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그녀를 위로할려고 했는데



"남자 2호가 예전같지 않드라."
그녀는 훌쩍이면서 말했다.

"왜? 남자 2호 니 많이 좋아했잖아."
"휴.."
"한숨은."
"사귀는 내내 선물 한 번 제대로 받아본적이 없어."
"왜 공기업도 다니면서 돈도 많을 거 아냐."
"사귄지 얼마 안됐을 때였는데, 발렌타인 데이 이런 거 챙기지 말자구 했었어."
"뭐냐 하필이면 발렌타인 데이가 처음이었고만. 니 초콜렛 주기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니냐?"
"아니야. 난 걔 선물 종종 줬었어. 걔 생일엔 팬티도 줬었고, 빼빼로 데이 때는 빼빼로도 만들어줬고. 그리고 또."
"뭐 그럼 기념일은 그렇다 치고 니 생일엔 걔가 뭐 줬는데?"
"처음에 반지 준다고 그러다라구."
"됐네 그럼. 근데?"
"내 손가락 사이즈 묻길래 그냥 또 그렇잖아. 그래서 그냥 됐다고 했지."
"그래서?"
"그럼 다른 거 준다고 뭐 가지고 싶냐고 묻더라구."
"참 눈치없는 놈이구만. 걔 연애는 해본적 있냐?"
"뭐.. 나 사귀기 전에 몇 번 있었대."
"음.. 근데 왜 그래. 아 그러고보니 걔 길치라고 니 집에 한 번도 데려다준 적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응.."


어렴풋이 그녀가 남자 2호에 대해 투정부리던 여러 가지 것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남자 2호와의 데이트를 지방에 있는 그의 자취집에서 영화보고 밥먹고 한다는 것도 떠올랐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그녀는 훌쩍이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 2호가 좋다고 해서 사귄거잖아. 그런데 가만보면 니가 더 좋아하는 거 같다. 남자 1호는 너한테 완전 잘했잖아."
"그게.. 아 몰라."


윤서는 나한테 숨기는 무엇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웅아 나 정말 많이 별로니?"

사실 이전까지 그녀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연거푸 물어보니 무슨 뜻이 있긴 있는 듯 했다. 그런데 뭔 지는 잘 몰랐었다. 

"아니야. 괜찮아."
"거짓말."
"증명해줘?"

그녀가 미처 대답하지도 못하게 두 뺨을 손으로 감싸고 입을 살짝 맞추었다. 겨울밤,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치는 골목길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온 몸에 힘을 뺀 듯했다. 나도 모르게 속삭여버렸다.


"이제 남자 1호 내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