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4명을 구할 때까진 잘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여자 1호 윤서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퇴짜맞은 이후부터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착각임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술을 한 번 마시면 많이 마신다. 필름이 끊길락 말락 하는데 그럴 때면 누군가와 말이 너무 하고 싶어진다. 물론 그 대상은 여자지. 그 날도 술을 잔뜩 마시고 여자 1호 윤서에게 전화를 했다.


"자냐?"
"왜?"
"그냥. 전화하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되?"

무의미하게 5분 정도 전화를 했을까?
"끊자."
여자 1호는 잔인하다.
"그래."



다음은 여자 2호 전 여자친구 감한테 전화를 할까 생각을 한다. 하지만 미처 못 하겠다. 얼마 전에 그 병신짓만 아니었어도 맘편히 전화하는 사이가 되었을텐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다음은 여자 3호한테 전화를 한다. 
"고객님의 사정으로..."
여자 3호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다른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아.. 애도 저번에 한 번 데이트를 한 뒤로 연락을 피한다. 이 이야기도 다음에 ㅅㅂ.



이제 남은 건 여자 4호 지윤이.
"뭐하냐?"
"알바중이예요."
"아.. 집 아니구나."
"이따 한 2시쯤 끝나요. 왜요?"
"아냐."
"오빠 또 술마셨구나. 또 여자 몇 호 몇 호 이야기 할려고 그래요?"

그러고보면 맨날 지윤이한테는 마지막에 전화해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한다. 여자 몇 호라고 지정을 하면서. 있는 척을 할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쎈 척을 할려고 그러는 것은 아닌데.. 유독 지윤이에게 그러는 이유는 일단 그녀가 잘 받아주고, 그녀는 남자가 많기 때문에 동등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일 열심히 해라."
"네. 안녕!"
"응. 안녕!"


말을 하고 싶은데 말할 사람이 없다. 괜히 여자 2호 전 여친 감에게 카톡을 한다.

ㅇ 1
ㄹ 1
ㅊ루 1
로오 1
ㄹ 1
ㅐ 1

그래봤자 숫자 1은 사라지지 않는다. 차단 당했거든. 그래서 그냥 더 한다. 가만히 있으면 미칠 것 같아서.


아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불쌍하다. 웅트래쉬는 개풀, 여자한테 쓰레기 짓을 한다고 했지만 기껏한 쓰레기 짓은 몇 번 만나서 밥사주고 술사주고 스킨쉽 조금 하고 헤어진 것 뿐. 사실 심지어 여자 2호 전 여친 감은 만나보지도 못했다. 여자 3호는 한 번 만난 뒤로 연락도 안 되고. 여자 1호는 남자친구 둘과 헤어진 그 날 이후로 연락을 하긴 하지만 연락같지도 않다. 다만 이상한 것은 꼭 내가 전화했다가 받지 않아서 끊으면 다시 그녀가 전화를 한다. 종종 내가 받지 못하면 부재중을 몇 통 남겨둔다. 그래서 다시 전화하면 위와 같이 채 1분을 통화하지 못 한다. 


하아.


깨끗하다.

깨끗해도 너무 깨끗하다.

웅트래쉬라는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다. 이대로 웅트래쉬가 끝날까봐 가슴이 답답하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인데. 무슨 일이 생겨야할텐데.